근육 잘 붙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난 있을까…아래턱이 단서
운동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근육이 잘 붙고 체격이 뼈대부터 남다른 사람이 있다. 이러한 ‘타고난 근육질’ 체형에는 약 4만7000년 전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 변이가 작용하고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와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가 주축이 된 국제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래한 성장호르몬 관련 유전자 변이가 현생 인류의 근육량을 늘린다는 사실을 밝혀내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네안데르탈인은 5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의 공통조상과 갈라진 뒤,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에서 살다가 약 4만년 전 멸종했다. 남아 있는 화석 등이 알려주는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보다 두껍고 단단한 뼈, 넓은 가슴과 어깨, 커다란 근육을 가진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다. 그러나 그동안 네안데르탈인의 DNA에서 이와 관련한 유전자는 찾아내지 못했다.
연구진은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비교하던 중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일어난 한 변이가 성장 호르몬 수용체와 관련한 핵심 유전자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은 근육 및 뼈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해 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 이 호르몬이 과다하거나 부족하면 거인증이나 왜소증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호르몬이 세포에 작용하려면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결합해야 한다.
그런데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일어난 이 변이는 근육이나 뼈 세포의 수용체를 성장 호르몬에 더욱 민감하게 만들어 세포에 강력한 증식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한 결과, 이 변이를 가진 세포는 일반 현대인의 유전자 변이를 가진 세포보다 약 40% 더 빨리 증식했다. 연구를 이끈 카롤린스카연구소의 휴고 제베르크 박사는 “이 변이가 네안데르탈인의 건장한 체격을 잘 설명해주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성장 호르몬 수용체의 두가지 아미노산이 달라진 이 변이의 영향은 유년기를 지나 사춘기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6000명 이상의 어린이 신체 측정치를 조사한 결과, 11살까지는 아무런 영향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는 성장 호르몬 분비가 아동기보다 3배 이상 급증하는 사춘기에 이르러서야 증폭된 수용체 신호가 실제 신체 변화로 이어진다는 걸 뜻한다.
또 변이 유전자 보유자는 아래턱 뒤쪽 부분이 약간 더 짧고 치아 뿌리도 더 짧은 경향이 있었다. 이 두 가지는 네안데르탈인의 전형적인 특징에 속한다.
연구진은 이어 고대 및 현대 유전체 자료집을 뒤져 이 변이가 얼마나 다양한 인류 계통에 퍼져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94%가 이 변이를 갖고 있는 반면 현생 인류는 그 비율이 10%가 채 안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이 변이를 보유한 성인은 동년배에 비해 체중이 평균 285g 더 나갔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271g은 근육량으로, 체중 증가의 주요 원인은 근육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약 4만7천년 전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이종교배하는 과정에서 이 유전자가 현대 인류의 게놈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 유전자 변이가 오늘날 전 세계 인구에 퍼져 있는 비율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15%)과 남아시아인(20%)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견됐고, 유럽인(0.5%)과 아메리카 원주민(2%)에게서 가장 드물게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비율은 사람의 수가 아니라 전체 유전자에서 해당 변이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율(대립유전자 빈도)를 말한다. 사람은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아 총 2개(쌍)의 대립유전자를 가지기 때문에, 실제 이 변이를 몸에 최소 하나 이상 지니는 사람은 동아시아인 4명 중 1명 꼴(약 28%)이 된다.
연구진은 해당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얼굴에 약간 더 가까운 특징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이들은 치아 뿌리가 더 짧고, 턱뼈 가지(귀 아래쪽에서 아래로 뻗어 있는 부분)도 더 짧다. 연구진은 그러나 체격과 근육량은 다양한 유전자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 하나의 변이가 네안데르탈인의 모든 체격 특징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주저자 두명은 모두 이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연구진의 일원인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의 한 유전학자는 이 변이를 갖고 있는데, 동료 연구자는 그의 체격이 건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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