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숙, 여순 10·19 다룬 신작…"저항하는 여성은 우리의 영웅"
(부천=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픽 노블(만화) 작가 김금숙(55)은 꾸준하게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선 개인을 그려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그린 '풀', 정철훈 소설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을 원작'으로 조선 최초의 여성 볼셰비키(1900년대 초반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의 급진파)의 삶을 다룬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오멸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제주 4·3의 사연을 담은 '지슬', 한국전쟁 당시 이산가족 문제를 풀어낸 '기다림' 등 현대사에서 소외된 개인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전했다.
20일 '제29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열리는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난 김금숙 작가는 작품들의 공통점을 "저항하는 여성들"로 꼽으며 "여성의 목소리와 시각으로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인간은 절망하고, 걱정하고, 불안 속에 살기 마련"이라면서도 "거기서 침몰하지 않고, 기어이 기어오르며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흰 신'은 여수·순천(여순) 10·19 사건을 처음으로 다룬 만화다. 여순 사건은 정부 수립 초기인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하던 일부 군인이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일어났다. 1955년 4월까지 여수·순천·고흥·광양 등지에서 일어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고흥에서 나고 자란 김 작가는 2020년 순천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참여했다가 "고향 얘기도 해달라"며 여순 10·19 이야기를 그려달라는 한 시민의 요청을 받고 "언젠가는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잊지 않고 있던 김 작가는 "이젠 때가 됐다"는 생각에 3년 전부터 유족과 연구자 인터뷰, 현지답사 등 세밀한 취재를 통해 '흰 신'을 완성했다. 김 작가 스스로 "영혼을 갈아서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제가 여순 10·19를 공부하며 느꼈던 건 대부분의 사람이 무고하게 죽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유족들이 평생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죠. 우리는 과거를 '사태', '사건'이란 단어로 교육받았는데, 전 이런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항쟁의 정신을 이제는 끄집어내야 합니다."
'흰 신'은 주인공 상아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유일한 추억을 담은 낡고 오래된 흰 운동화가 사라진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김 작가는 "단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그분들은 우리의 영웅"이라며 "자신을 옥죄고 있는 환경이나 조건 속에서 딸로서, 엄마로서 상황을 이겨내려는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작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린 '풀'로 2020년 만화계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하비상에서 최고의 국제도서로 선정됐다. 지난 6월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 훈장인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기사)를 받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예술이라는 한 길을 걸어왔는데, 한국에서는 만화가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고, 특히 그래픽 노블은 '아웃사이더'처럼 그늘진 곳에 있다"며 "프랑스에서 생각지도 못한 훈장을 받아 영광이었고, 제가 한 길을 쭉 걸어온 것에 대한 응원이라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아무리 큰 상을 받아도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다른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제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작품으로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독자들에게도 구체적인 메시지를 주기보단 자신의 작품으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다른 서적을 함께 찾아보는 계기를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이 요약은 매체의 공개 피드에서 5News가 수집한 것입니다. 전체 맥락을 포함한 전체 기사는 www.yna.co.kr에 있습니다 — 콘텐츠 저작권은 Yonhap News Agenc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