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 옥죄는 트럼프…CNN 등 3곳 ‘출입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부에 부정적인 기사를 쓴다”는 이유로 CNN 등 주류 매체 3곳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했다. 중간선거를 45일 앞두고, 비판 언론을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이 한층 격화하는 모습이다.
10여년간 백악관을 출입해온 베치 클라인 CNN 기자는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카드 리더기에 출입증을 찍은 뒤 개인식별번호를 입력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문제없이 통과했던 기계에 ‘삐’ 소리와 함께 빨간불이 들어왔다. 경호국 요원은 “출입증이 비활성화됐다”며 출입을 막았다. 클라인 기자는 출입증을 압수당한 후 백악관 밖에서 마이크를 잡아야 했다.
MS나우의 아케일라 가드너, 폴리티코의 샤이엔 헤이즐럿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들 매체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가 현실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SNS에 “가짜뉴스 CNN, 시청률·신뢰도 부족으로 최근 MSNBC에서 이름을 바꾼 MS나우, 사기꾼 조 바이든 정부로부터 800만달러 규모의 구독료를 지원받은 폴리티코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발표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들이 미국 대통령과 미국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쓰고 전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며 “다른 가짜뉴스 언론사들도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CNN은 이번 조치가 “불법”이라며 “백악관의 취재 활동 방해 시도와 관계없이 정부 보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MS나우도 “수정헌법 1조에 따른 (언론 자유) 권리를 수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는 즉각적인 취재권 복원을 촉구했다. 협회는 이번 조치가 “해당 매체들을 넘어 더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며 “보도 내용을 이유로 언론사를 배제하는 데 활용된 기준이 향후 어떤 언론사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친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 칼럼니스트들도 비판에 가담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애리 플라이셔는 “진보 성향 기자들의 출입을 금지하지 말고 논쟁에서 그들을 이겨라”라며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진보 정권이) 우리(보수 매체 기자)의 출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표기하는 것을 거부한 AP통신 기자의 대통령 집무실·전용기 출입을 금지했다. 이번에는 “지난 2년 동안 누적된 보도들”을 이유로 들면서 “이들은 공화당과 공화당 행정부의 위상을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부정적인 기사를 쓴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2기 들어 자신들에게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취재 제한 조치를 잇달아 취해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허가받지 않은 유출 정보를 보도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하다 기자실을 폐쇄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미국은 올해 180개국 중 64위로 2002년 지수 공표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기자회는 언론 신뢰도 하락, 언론인에 대한 위협과 폭력 증가 등을 지적했다. 언론·표현의 자유 전문가인 플로이드 에이브럼스 변호사는 뉴욕타임스에 “수정헌법 1조에 따른 보호가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법원이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그 위협이 매우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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