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 전문가 “사업비 59조원 때도 손 떼...이제 100조 넘을 듯”
대미 투자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대해, 과거 사업의 재무를 총괄했던 알래스카주 전직 고위 관료가 총사업비가 750억달러(100조4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며 경제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에도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기정사실화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브루스 탠지먼 전 알래스카 가스라인개발공사(AGDC)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한겨레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10년 전 총사업비를 약 440억달러(58조9천억원)로 추산했을 때도 경제성 문제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손을 뗐던 사업”이라며 “지난 10년간의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개발사가 제시하는 445억~545억달러는 지나치게 낮고, 다른 전문가들도 최소 600억달러 이상은 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추정 사업비는 700억~750억달러라며 알래스카 주정부와 개발사 글렌파른의 낙관적인 전망을 비판했다.
탠지먼은 2010년 알래스카주 세입국 부국장으로 재직할 당시부터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에 관여했고, 엑손모빌·비피(BP)·코노코필립스 등 에너지 기업 3곳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2014~2016년, 해당 사업의 주무기관인 알래스카 가스라인개발공사(AGDC)에서 재무와 행정을 총괄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사업은 북극해 연안 노스슬로프 지역의 천연가스를 약 1300㎞ 가스관을 통해 남부 니키스키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 접전지가 된 알래스카에서 이 사업을 주요 경제적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 하지만 지난 1년~1년 반 사이 회의적인 시각이 강해졌다. 경제성보다는 정치 논리가 앞서고 있다. ‘가스관을 건설하라(Build the line)’는 범퍼 스티커까지 등장했다. 일단 가스관부터 짓자는 분위기다. 2014~2015년 엑손모빌·비피(BP)·코노코필립스와 함께 산정한 사업비는 440억달러였다. 그런데 개발사는 10년이 지난 뒤에도 한동안 똑같은 사업비를 제시했다. 믿을 수 없는 숫자다.”
―개발사 글렌파른은 지난 6월 전체 사업비를 445억~545억달러로 제시했다. 당신은 700억~75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545억달러는 지나치게 낮다. 나보다 오래 이 사업을 지켜본 사람들은 최소 600억달러는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더 높은 숫자를 제시한 이유 중 하나는 알래스카 사업과 유사하게 장거리 가스관을 건설해야 했던 캐나다 키티맷의 액화천연가스 개발 사업이다.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거치면서 건설비가 크게 뛰었다.” 실제 캐나다 키티맷 액화천연가스 시설에 가스를 공급하는 코스털 가스링크 가스관의 건설비는 2018년 최초 투자 결정 당시 62억캐나다달러(5조8400억원)에서 가스관이 완공된 2023년에는 145억캐나다달러(13조6600억원)로 약 2.3배 늘어났다.
“약 1300㎞에 이르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드는 막대한 비용이다. 알래스카의 지형과 기후도 비용을 높인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지만 매우 비싼 도전이다.”
“세 회사는 알래스카의 막대한 천연가스 매장량과 시장 수요를 보고 참여했지만, 사업성 검토 끝에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5년 무렵 국제유가 급락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440억달러의 사업비로도 경제성 확보가 어려웠다. 지금은 건설비가 훨씬 높아진 데다 액화천연가스 시장 환경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한국 같은 구매자와 20~30년 장기 구매계약을 맺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스트레일리아 등 공급처가 늘고 현물시장도 커졌다.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하려면 장기 구매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데, 과거보다 여건이 어려워졌다.”
“가장 의아한 대목이다. 가스관 건설에만 200억 달러 이상 들 것으로 보이는데, 1단계 가스관 건설 뒤 2단계가 지연되거나 아예 무산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한국은 두 단계가 재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투자 과정에서 어떤 부담과 위험을 지게 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글렌파른은 1·2단계 사업을 재무적으로 독립된 별도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1단계는 알래스카 내수용 가스관 건설을, 2단계는 해외 수출 시설 건설을 목표로 하며 각각 별도의 투자 결정이 필요하다. 한국 등 해외 투자자의 자금으로 1단계 가스관을 먼저 건설하더라도, 2단계가 무산되면 알래스카는 내수용 가스관을 확보하는 반면 해외 투자자는 당초 기대했던 액화천연가스 수출분 및 수출이익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
―사업이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미국 연방정부가 전체 건설비의 최소 90%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540억달러를 투자한다면 연방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는 셈인가.
“연방정부든 한국 등 외부 투자자든 막대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알래스카 자체적으로는 사업비를 감당할 수 없다. 가스관이 지나는 지역의 인구는 약 40만명에 불과하다. 내수 판매만으로는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건설비를 감당할 수 없다.”
“알래스카 북부에 막대한 천연가스가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그 가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앵커리지 등 인구가 집중된 지역은 오랫동안 쿡만의 천연가스를 이용해 왔다. 그런데 그곳의 가스 공급이 줄고 있다. 머지않아 한국처럼 액화천연가스를 외부에서 수입해야 할 수도 있다. 가스관을 건설하면 알래스카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민들은 생각한다. 그렇지만 알래스카 혼자서는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재정적 도움이 필요하고, 생산한 가스를 구매할 해외 시장도 필요하다. 한국과 같은 파트너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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