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200일, 유가 치솟고 바다 막혔다
지난 2월28일 시작된 미·이란 전쟁이 200일째를 맞은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희망컨대 이란과의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미·이란 전쟁 여파로 치솟은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 등과 맞물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홍해로 옮겨붙은 전쟁은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합의를 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시점이나 조건은 제시하지 않은 채 “이란 측과 직접 대화했다”고 말했다.
200일째 이어지는 미·이란 전쟁이 다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2일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걸프협력회의(GCC) 정상들을 만나 이란 전쟁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가 이날 보도했다.
사우디와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치솟은 유가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 11월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105.83달러로, 이번 달 내내 100달러를 웃돌았다. 최근 가동을 중단한 사우디 동서 송유관의 펌프장 두 곳이 파손됐으며 현재로선 복구 일정이 불투명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후티는 사우디의 다른 석유 시설에도 공격을 집중하고 있다. 사우디발 석유 공급에 차질이 본격화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예상된다. 해운 분석업체 케플러의 아메나 바크르 중동 분석 책임자는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볼 때 재앙적인 상황”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열려있다’는 미국의 장담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도 원활하지 않다. 이날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3척에 그쳤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전날 12척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로, 선박위치추적장치(AIS)를 끄고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집계되지 않았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선박 통항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해법이 없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대이란 협상의 초점을 이란 핵 프로그램에 맞추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는 다루지 않으려 한다고 지난 13일 CNN이 전했다.
‘경제적 왕따 작전’으로 대이란 전략의 방향을 바꾼 미국은 중동 분쟁에서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외교 당국자가 지난 주말 후티 대표단과 오만 무스카트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후티 측은 미국 선박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지난해 맺은 미국과의 휴전 협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의 외교는 사우디를 곤경에 빠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후티 공격 요청을 두 차례 받고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랫니 전 주사우디 미국 대사는 NPR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수십년간 미국과 정치적·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려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관은 사우디 입장에서 짜증스럽고 답답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옵시디언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브렛 에릭슨 대표는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한순간에 동맹의 등을 찌른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알게 됐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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