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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숙고끝 '대법관 재제청' 카드…'임명권 존중' 요구

Yonhap News Agency ·
李대통령, 숙고끝 '대법관 재제청' 카드…'임명권 존중' 요구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전례 없는 대법관 후보자 서면제청에 대해 숙고 끝에 28일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하기로 결론 내렸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합의 없이 서면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통보한 때로부터 10일 만이다. 청와대는 그간 말을 아끼며 관련 법률과 전례를 검토해왔다.

청와대의 요구는 대법원이 현재 추려진 4명의 후보자(김민기·손봉기·윤성식·박순영) 중 손 후보자가 아닌 다른 이를 신속히 다시 제청하라는 것이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존중하는 것처럼, 대법원장 역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제청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헌법 해석이다.

그런데 조 대법원장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후보자, 즉 청와대의 의중에 정면으로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은 후보자를 일방 통보 방식으로 제청한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며, 이는 곧 절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임명권과 제청권의 관계에 관해 강 수석대변인은 "국민주권 원리에 비춰볼 때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고 못 박았다.

청와대는 아울러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4명 후보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추천 절차를 백지화하는 방안을 타진한 점에서 절차의 공정성도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또 "이번 제청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는데, 현직 대법관들의 성별·지역 분포의 편중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이면 국회에서 여당이 부결시키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다만 이 경우 대법원이 추천위를 원점에서 새로 꾸릴 명분이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청와대가 원하지 않는 후보가 다시 추천될 가능성도 커지고, 또 시일이 그만큼 소요돼 대법관 공석 상황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청와대·여당과 조 대법원장 사이 오랜 기간 이어온 갈등이 실질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5월 대선 직전 나온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사법개혁 요구가 분출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등 사법개혁 법안은 물론 내란 전담 재판부 지정 등 각종 현안에 대법원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관계가 악화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제청마저 사전 조율 관행을 깨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청와대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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