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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24년 만에 다시 든 ‘은빛 사자상’

Kyunghyang Shinmun ·
이창동, 24년 만에 다시 든 ‘은빛 사자상’

이창동 감독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은사자 트로피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창동 감독(72)의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받았다. 이 감독은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은사자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을 받은 후 24년 만에 은빛 사자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렸다.

<가능한 사랑>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치네마’(영화의 궁전)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황금사자상 바로 다음으로 권위 있는 2등 상이다.

은색 사자 모양 상패를 건네받은 이 감독은 “노동이 사라져가는 시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끊어져가는 시대”라며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 이 상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은사자 트로피를 건네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감독은 “많은 사람의 기다림과 인내가 없었다면 영화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동생이자 제작자인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 대본을 함께 집필한 오정미 작가, 주연 배우들과 가족을 언급했다. 영화에 투자한 넷플릭스에도 감사를 표했다.

해고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그들을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부자 남편 상우(조인성)가 얽히면서 서로의 다름을 알아채고 각자의 숨은 욕망을 마주한다.

이 감독은 10여년 전에도 배우 전도연, 설경구를 주연으로 대기업의 정리해고를 다루는 영화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자격이 있는가”라는 고민 끝에 작업을 중단했다. 이 감독은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어떻게 영화에 담을 수 있는지 많이 생각했다”며 “영화를 만드는 작업 자체가 어쩌면 고통을 함께 나누고 치유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에 대해 “조여정이 좋은 꿈을 꿨다며 꿈을 팔았는데, 그것이 행운을 가져온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능한 사랑>은 지난 6일 처음 공개된 이후 황금사자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이 감독은 베니스에서 <오아시스>로 받았던 국제비평가연맹상 또한 24년 만에 받았다. 심사위원 두기봉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성숙한 작품이다. 영화 속 모든 디테일과 성찰이 마음에 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한국 투자처를 찾지 못해 넷플릭스행을 택했던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의 안정적인 지원 아래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수상 경쟁에 임하게 됐다. 이 감독은 “황금사자가 아니어서 실망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상도 상이지만, 처음 만난 관객들의 표정과 얼굴이 더 중요하다”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했다. 영화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의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된 데 이어 토론토·뉴욕·부산·취리히·런던 등 세계 주요 영화제를 찾을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23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며 올 11월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덴마크 감독 메이 엘 투키의 <마리가 뭐 어때서>(Woman Unknown)에 돌아갔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덴마크를 배경으로 결혼을 앞둔 마리가 독일군 병사와 연인 관계였던 과거를 숨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마리 역의 배우 마틸드 아르셀 포초크가 여우주연상(볼피컵)을 받아 2관왕에 올랐다. 투키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여성의 몸이 전쟁터이자 공적 문제가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심사위원장인 미국 배우 겸 감독 매기 질런홀에게 “(여성) 감독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문제에 목소리를 내줘서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21개 작품 중 여성 감독이 단독 연출한 극 영화는 <마리가 뭐 어때서>가 유일하다.

올해 영화제에는 정치·사회적 현안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 많았다. 이스라엘군의 조직적인 가자지구 민간인 살해 실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나자>(NAZA)가 화제를 모았다.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이 작품은 첫 공식 상영 당시 25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감독상은 <다우>(DAU)를 만든 러시아 반체제 감독 일리야 흐르자놉스키에게 돌아갔다. 전쟁에 반대해온 그는 상을 우크라이나에 헌정했다.

각본상은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앙 봉 프티 솔다>(A Good Little Soldier)가 받았다. 남우주연상(볼피컵)은 <와일드 호스 나인>(마틴 맥도나 감독)의 존 말코비치가, 신인배우상은 <어 플레이스 투 힐>(A Place to Heal)의 말루 케비지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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