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고 얻은 것[이준식의 한시 한수]〈382〉
평생 담박하게 살아왔으니, 닭 한 마리 없어졌다고 아이야, 그리 애태울 것 없다.집집마다 놀고 있는 솥과 아궁이가 있으니, 삶든 볶든 제 마음이지.국을 끓여 먹는 자에겐 구운 떡 세 개 보태 주고, 지져 볶아 먹는 자에겐 후추 한 줌 보태 주어라.도리어 내가 주인 노릇하며 대접할 일 덜었고, 아침 내내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도 없어졌으니, 해 높이 뜨도록 자면 되겠구나.(平生淡薄, 雞兒不見, 童子休焦. 家家都有閒鍋灶, 任意烹炮. 煮湯的貼他三枚火燒, 穿炒的助他一把胡椒.倒省了我開東道, 免終朝報曉, 直睡到日頭高.)―‘만정방·잃어버린 닭(滿庭芳·失鷄)’ 왕반(王磐·약 1470∼1530)세상에 별 계산법도 다 있다. 닭을 잃었는데 주인은 오히려 느긋하다. 보통 사람 같으면 화부터 낼 일이건만, 왕반은 안절부절못하는 아이에게 걱정 말라 타이른다. 그의 상상은 엉뚱하다. 닭을 훔쳐 간 사람이 지금쯤 삶을지 볶을지 상상하더니, 국이면 떡을 보태고 볶음이면 후추까지 얹어 주라고 농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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