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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개천 용’ 딸이 따라간 청소부 엄마의 900일···엄마의 걸레질에 마천루가 빛났다

Kyunghyang Shinmun ·
[책과 삶]‘개천 용’ 딸이 따라간 청소부 엄마의 900일···엄마의 걸레질에 마천루가 빛났다

화웨이를 비롯해 첨단 기술 기업이 몰려 있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 줄지어 늘어선 마천루들은 중국 경제 성장의 상징과 같다. 초고층 건물에서 일하는 이들도 선망의 대상이다. 저자 장샤오만이 그렇다. 선전의 대형 IT 기업에 일하는 그는 산시성 상뤄 지방의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에 정착한 일명 ‘개천의 용’이다. 물론 그의 성공 뒤에는 평생 거리의 육체노동으로 자식들을 부양한 부모, 특히 어머니의 희생이 있었다. 모든 자녀가 그렇듯 저자 역시 뒤늦게 부모의 삶을 이해한다. 900일간 어머니가 일하는 고층 건물의 청소 노동 현장을 따라간다. 어머니의 시선으로 다시 본 선전의 모습은 그저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1968년 봄에 태어나 춘샹이라는 이름을 얻은 어머니는 스물한 살에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다. 그 시절 시골 여성이 그랬듯 평생 흙바닥에서 일했다. 농사짓고, 돼지와 닭을 치며 일했지만 자녀들 공부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지로 떠돌며 공사장에서 일꾼들의 밥을 해 먹이는 일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자녀들이 성장했지만, 노후 자금이랄 것이 없으니 여전히 돈을 벌어야 했고 딸의 권유로 선전에 발을 들였다. 선전은 그가 지금껏 보았던 시골과는 전혀 다른 도시였다. 정비된 도로와 높게 뻗은 건물, 깨끗한 차림새의 도시인들까지. 엄마는 생각한다. “선전은 어떻게 이렇게 돈이 많을까? 이렇게 돈이 많은데 가난한 우리 고향에도 조금 나눠줄 수는 없을까?”

중국은 1979년 개혁·개방 이후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뤄냈지만, 이 과실이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지난해 중국의 농촌 주민 1인당 가처분소득은 2만 4456위안으로 도시 지역(5만 6502위안)과 2.3배 이상 차이 난다. 또 전체 가처분소득을 5분위 배율로 보면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소득은 1만 150위안으로 5분위(상위 20%) 소득 10만 3778위안의 10분의 1 수준이다. 소득 격차도 문제지만 주택이나 금융소득을 포함한 자산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상위 1%는 전체 순자산의 30% 가까이를 소유한 반면, 하위 50%의 자산은 약 6%에 불과하다.

책은 중국의 빈부 격차 문제를 노골적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어머니 춘샹과 그 동료들이 일하는 고층 건물 안에서의 노동을 통해 현실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춘샹은 하루 8시간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하는 대가로 2500위안(약 51만원)을 받는다. 그의 동료들 중엔 하루 16시간을 내리 일하고 약 5000위안(약 102만원)을 받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고객의 눈에 띄지 않게 고층 건물을 청소하면서도 쉴 곳조차 마땅치 않아 폐쇄회로(CC)TV를 피해 화장실 같은 곳에 몰래 쉬었다. 점심은 빵이나 흰쌀밥 한 덩이 혹은 건물에 입점해 있는 마트에서 폐기된 식료품 등이다.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아픈 걸 숨기고 일하는 이도 부지기수다.

도시의 그림자처럼 펼쳐지는 노동 현장 위로 생상스의 ‘백조’가 흐르는 화려한 쇼핑몰을 오가는 선전의 도시민들이 묘사된다. 첼로와 피아노의 선율이 어우러진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느긋하게 걷는 사람들 곁으로 노동자들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붙어 있”기 위해 쉬지 않고 걸레질을 하며 말한다. “회사는 사람을 더 뽑느니 지금 있는 사람들한테 일을 더 시킬 거야. 그게 돈이 덜 드니까.”

선전에서는 몸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편안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는 모두가 불안했다. 젊은 여성들은 임신을 미루며 일했다. 사무실 바닥을 쓸던 춘샹은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자리엔 유난히 빠진 머리카락이 많다는 것도 깨닫는다. 선전에서는 먹고살기 위해 누구나 조금씩 자신의 소중한 것을 조금씩 내어주고 있었다.

어머니의 노동을 따라가며 부모의 인생을 이해하는 자녀의 깨달음이 감동을 주는 책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겠다는 딸에게 그날그날의 노동 이야기를 들려주던 춘샹이 책의 말미 ‘엄마의 말’에 남긴 이야기들은 첫 소절부터 가슴을 울린다. “돈은 차가워도, 자식이 있어 마음은 따뜻했다”는 춘샹의 말이 거짓으로 들리지 않는다. ‘2024년 중국 좋은 책’, ‘CCTV 추천도서’ 등에 선정되며 현지에서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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