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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위고비 주성분 먹은 늙은쥐…수명 12% 연장에 달리기도 잘했다

Hankyoreh ·
위고비 주성분 먹은 늙은쥐…수명 12% 연장에 달리기도 잘했다

비만 치료제의 주성분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수용체 작용제가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을 넘어, 노화 속도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한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이는 그동안 보고된 이 약물의 다양한 질환 예방 효과가 ‘노화 자체’를 지연하는 데서 온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GLP-1 수용체 작용제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GLP-1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약물로, 시중에 판매되는 위고비의 주성분이다. GLP-1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불러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진은 늙은 생쥐에게 GLP-1 수용체 계열의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결과, 생리적 기능이 개선되고 노화 진행이 느려져 결국 수명이 연장된 것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후 20개월 된 암컷 생쥐를 대상으로 3개월간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했다. 수명이 2년 남짓인 생쥐에서 20개월령은 사람으로 치면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60대에 해당한다.

실험 결과, 약물을 투여받은 쥐들은 생리식염수를 투여받은 대조군에 비해 근육 기능과 인지 능력을 비롯한 전반적인 생리 지표가 뚜렷하게 좋아졌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쥐들은 더 많이 탐색하고, 회전하는 막대 위에서 더 오래 균형을 잡았으며, 러닝머신에서 더 멀리 달렸고, 미로를 더 빨리 풀었다. 또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생쥐는 중앙수명이 834일로 대조군의 742일보다 92일, 약 12% 길었다.

분자 수준에서도 세포의 노화 과정과 관련한 지표들에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예컨대 만성 염증 유전자 발현이나 세포 재생 능력 저하, 줄기세포 고갈, 돌연변이 축적, 세포 에너지 생성 기관인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등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현상들이 완화됐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에서도 신경 줄기세포가 증식되고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이 촉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과학계에서 노화를 늦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칼로리 제한, 즉 ‘적게 먹는 것’(소식)으로 통한다. 그동안 숱한 동물 실험과 임상시험을 통해 소식은 자가 포식을 비롯한 세포의 다양한 생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적게 먹으려면 엄격한 자제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소식을 실천하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세마글루타이드 약물은 임상시험 등을 통해 심혈관계, 신장, 간 및 신경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을 낮춰주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하나의 약물이, 직접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여러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정확히 규명되지 못했다. 연구진은 만약 이 약물이 노화 과정 자체를 늦춘다면, 다양한 질환에 효과를 보이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대부분의 만성 질환은 노화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별도로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그룹과, 칼로리를 24% 줄인 사료를 준 대조군을 비교하는 실험을 5개월간 진행했다. 칼로리 24% 제한은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생쥐들이 스스로 줄인 사료의 양에 맞춘 것이다.

분석 결과 두 생쥐 그룹은 대부분의 생리적 지표에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쥐들은 탐색 행동, 공간 기억력, 혈당 조절 능력이 기준치 이상으로 향상된 반면, 칼로리 제한 쥐들은 기준치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사 기능은 더욱 뚜렷한 차이가 났다. 두 그룹이 모두 똑같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했는데도 칼로리를 제한한 쥐들은 허기 때문에 주간 산소 소비량과 에너지 소비량이 떨어지는 대사 반응을 보였다. 반면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쥐들은 정상적인 대사율을 유지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다니카 첸 교수(대사생물학 및 영양학) 연구진은 “이런 차이는 이 약물이 칼로리 제한과는 별도의 생물학적 경로에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약물이 칼로리 제한과 유사한 신호 전달 경로를 공유하면서도, 허기라는 신체적 스트레스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인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노화를 지연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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