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점프업] ② R&D 넘어 사업화로…"성장사다리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신선미 기자 = 국내 바이오산업이 연구개발(R&D)과 논문·임상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지만, 이를 신약 개발과 사업화, 산업 성장으로 연결하는 '성장 사다리'는 아직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술 개발에서 임상, 투자 유치와 기술 수출, 상장과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지는 성장 단계 곳곳의 단절을 해소하고 장기 자본이 유입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질적 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연합뉴스에서 열린 '바이오산업 정책·시장 환경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민간 투자를 촉진할 인센티브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 임상·인허가 절차 혁신, 후기 임상과 사업화 지원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초기 임상 진입 속도를 높이고 장기 '인내 자본'을 확충하는 한편 기술 수출 방식 다각화와 M&A 활성화, 국산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의 실증 기회 확대 등 산업 전주기에 걸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과 이영미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바이오투자전략 분과위원장,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 서용범 삼일PwC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리더(전무)가 참석했다.
▲ 황만순 대표 = 성과가 나고 있기는 하지만,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투자가 부족해 고사할 것 같다는 견해도 있다. 기존과는 다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영미 위원장 = 성장 과정에 단절된 고리들이 많다. 이 고리들을 어떻게 잘 잇는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투자와 실행 역량을 강화할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정책 펀드뿐 아니라 국가적 투자 시스템을 통해 좋은 환경을 조성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 서용범 전무 = 모태펀드를 통해 벤처 캐피털(VC)이 활성화되고 많은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생겼다. 또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많은 바이오 회사가 상장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신약 건수를 중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국내 바이오산업 저변이 확대되기는 했지만, 이제 질적 성장을 해야 할 때다.
▲ 황만순 대표 = 현재 상황을 보면 쉽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투자 생태계를 보면 상장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나오고 이후 자금이 비상장 기업 쪽으로 흘러갈 필요가 있다.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때문에 관리 종목에 들어갈 우려가 있는 기업들도 고민이 있다. 종목 게시판을 보면 법차손이나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변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 황만순 대표 = 전통 제약사는 약가 개편으로 제네릭(복제약) 가격이 낮아지면서 먹고 살 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위 제약사 몇 곳은 바이오테크에 많이 투자하고 있는데, 이러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비상장 기업 투자, 공동 연구, 인수·합병(M&A) 등에 혜택을 주고, 이러한 행위를 투자자가 인정해 주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다.
▲ 서용범 전무 = 글로벌 제약사들이 보건복지부와 협약할 때 보면 국내 일부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임상을 국내에서 하겠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의 경우 정부가 투자에 대응해 약가를 우대해 주지만, 중소·중견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를 확실한 인센티브로 느끼기 어렵다.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가 약가 우대로 연결되는 구조가 더 명확해지면 좋을 것이다. 또 세액 공제의 경우 외부 투자는 대상이 아니고 자체 연구개발에 대해서만 적용되는데, 개선할 필요가 있다. 중소·중견 제약사가 단독으로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펀드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 이영미 위원장 = 연구개발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싶어 하는 회사들이 있다. 그런데 임상을 진행하다 보면 비용이 들고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임상 1상, 2상에서 기술 수출이 많이 이뤄진다. 세제 혜택도 중요하지만 임상 1상, 2상에서 자산 형성이 가능한 체계가 있어야 한다. 바이오에서 투자는 장기 인내 자본이 기반이 돼야 한다. 인내 자본과 관련된 좋은 예는 재단에서 나온 돈을 지속해서 혁신 기술에 투자하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다. 이 시스템이 올해로 100년이 됐다. 이러한 선순환 체계를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기는 힘들겠지만, 투자를 활성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이승규 부회장 = 민관 펀드가 만들어지면 정부와 민간이 자금을 대고 민간이 운영하는 형태가 된다. 이 경우 민간 투자의 위험을 줄여주거나 수익을 민간이 먼저 가져가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 기술특례 상장 이후 시가총액을 유지하려면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데, 연구개발을 하면 법차손 때문에 관리 종목에 빠지는 것이 아이러니다. 바이오 업계가 바라는 것은 법차손 규정 변경이 아니라 운용 방법 개선이다. 이는 바이오산업뿐 아니라 우주·항공 산업 등에도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 황만순 대표 = 연구개발 비용이 의미 있게 쓰였는지 평가하고, 평가 점수가 좋은 기업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비용을 법차손 산정에서 제외해 주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상장기업 중에 어느 곳이 연구개발을 제대로 했는지 알 수 있게 되고, 투자자들이 연구개발을 잘한 기업을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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