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이불[이준식의 한시 한수]〈386〉
천고의 시름을 씻어 내고자, 백 병 술에 오래 머문다.이 좋은 밤엔 맑은 이야기가 제격이니, 밝은 달 아래 아직 잠들 수 없네.취하여 빈 산에 그대로 누우니, 하늘과 땅이 곧 이불이요 베개로다.(滌蕩千古愁, 留連百壺飲. 良宵宜清談, 皓月未能寢. 醉來臥空山, 天地即衾枕.)―‘벗과 함께 묵으며(우인회숙·友人會宿)’ 이백(李白·701∼762)짤막한 시, 사건도 단출하다. 벗이 찾아오고, 술이 오가고, 밤은 깊어지고, 달빛은 잠을 밀어낸다. 그러나 짧다고 싱거운 시는 아니다. 말수가 적은 사람일수록 한마디가 묵직하듯, 이 시도 여섯 구절 안에 술과 달과 우정과 근심을 다 눕혀 놓았다. 시인은 오래 묵은 시름을 씻어 내겠다고 한다. 마음속 먼지를 술로 대청소하겠다는 뜻이다. 술잔이 세상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가끔 그 앞에서 숨을 고른다. 이 시에서 더 중요한 것은 술보다 벗이다. 혼자 마시면 넋두리가 되기 쉽지만, 좋은 벗과 마시면 이야기가 된다. 근심의 주머니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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