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참극 때마다 호통친 국회…보호법안 32건은 '방치'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잇따른 가정폭력 참극을 계기로 경찰이 가해자 격리와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관련 법안 수십 건을 수년째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국정감사 등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과 보호 공백을 질타해온 정치권이 정작 입법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찰개혁 등 첨예한 쟁점이 몰리며 정쟁이 일상화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 생명을 지킬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 있는 실정이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발의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은 32건으로,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계류 중인 다수 법안에는 최근 '송파 장모 살인', '전주 아내 살인' 사건이 잇따른 뒤 경찰이 검토 중인 가해자 격리·감시 강화 방안이 이미 포함돼 있다.
경찰은 가정폭력범이 기존 퇴거·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재발 위험 등을 고려해 유치장 유치를 신청하고, 긴급임시조치 위반을 과태료 대신 형사처벌 하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 같은 제도 개선을 담은 법안은 이보다 앞서 20·21대 국회에서도 법안으로 추진됐지만, 번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찰의 현장조사를 거부·기피하는 행위 제재를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 높이는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이 지난 3월 본회의를 통과한 게 올해 들어 유일한 입법 성과다.
최근 경찰청 등 국정감사에서는 가해자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가 만료되기 전 위험성을 평가해 대응할 체계를 마련하거나, 반복 신고와 접근금지 위반 이력 등을 면밀하게 살펴 구속영장 신청에 재범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5일 남인순 국회부의장은 관련 법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친밀관계폭력대책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발의했다.
가정폭력 수사를 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위험성이 높은 가해자를 신속히 격리하고 피해자를 실효성 있게 보호하려면 법률 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입법 논의에서는 보호 수단 강화와 함께 가정폭력을 다루는 법의 목적과 사건 처리 방식도 원점에서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제1조에서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가정 유지'가 법의 목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현장에서 강한 개입이나 가해자 처벌을 주저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며 "가정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부분은 삭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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