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왕실 진상미, 미쉐린 셰프의 손에서 파인다이닝으로
여주시 농산업 공동브랜드 활성화센터는 지난달 31일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비채나에서 ‘대왕님표 여주쌀×비채나’ 미식 쇼케이스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여주쌀이 지역 농특산물을 넘어 하나의 미식 브랜드로 그 가치를 확장해가는 상징적인 작업으로써 추진됐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좋은 쌀은 좋은 밥이 되고, 좋은 밥은 훌륭한 요리가 된다”며 “요리가 그 지역을 기억하게 만드는 특별한 미식 경험이 되고 나아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비채나를 운영하는 가온소사이어티 조윤경 대표는 “이번 협업은 단순히 여주쌀을 사용한 메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주쌀이 가진 가능성을 새로운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행사에서는 비채나 전광식 셰프가 여주쌀을 주재료로 개발한 ‘진상(進上) 오미(五味)’ 5종이 공개됐다. 전 셰프는 여주쌀의 은은한 단맛과 구수한 풍미, 찰기와 식감을 살리면서 조리법을 달리해 쌀이 가진 여러 표정을 한 코스에 담았다.
여주시와 가온소사이어티는 ‘대왕님표 여주쌀’ 소비 촉진 및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가온소사이어티 김병진 부사장, 가온소사이어티 조윤경 대표, 이충우 여주시장, 전광식 비채나 셰프. 비채나 제공
첫 번째 메뉴인 ‘노을’은 쌀의 가장 오래된 조리법 가운데 하나인 누룽지를 활용했다. 여주쌀로 만든 누룽지를 노릇하게 눌러 황금빛을 낸 뒤 표고버섯 양념과 한우 육포, 송로버섯, 겨자씨 장아찌를 더 했다. 소박한 누룽지에 고급 식재료를 결합해 전통적인 쌀 조리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했다.
‘윤슬’에서는 쌀이 부각의 재료로 변한다. 은빛 전갱이에 여주쌀 부각을 곁들여 생선의 부드러운 식감과 부각의 바삭한 식감을 대비시켰다. 남한강 수면에 햇빛이 반사돼 반짝이는 모습을 뜻하는 ‘윤슬’에서 이름을 따왔다.
‘자운(紫雲)’은 가지와 새우에 여주쌀을 입혀 튀긴 메뉴다. 보랏빛 가지와 튀김옷이 부풀어 오른 모습을 ‘보랏빛 구름’에 빗댔다. 쌀을 밥이나 죽으로 먹는 데서 벗어나 튀김의 식감과 풍미를 만드는 재료로 활용했다.
‘소담’은 곤드레와 여주쌀로 지은 밥에 짭조름하게 볶은 멸치로 속을 채웠다. 화려한 조리법을 앞세우기보다 쌀 자체의 맛에 집중해 여주쌀의 맛과 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설미(雪米)’는 쌀을 디저트로 활용했다. 여주쌀을 볶아 두유와 함께 아이스크림으로 만들고, 쫀득한 우메기 위에 올렸다. 생강청과 바삭한 여주쌀 튀밥을 곁들여 쌀의 고소함과 차가운 아이스크림, 생강의 향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매일 먹는 주식인 쌀이 파인다이닝의 디저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메뉴다.
이번 메뉴를 개발한 전광식 셰프의 비채나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10년 연속 1스타를 획득한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이번 협업은 여주쌀을 단순히 ‘밥을 짓는 쌀’로 소개하는 데서 벗어나 셰프의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음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식재료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협업 역시 이 같은 역사적 이미지를 현대적인 미식 경험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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