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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여태 온난화도 못 막았는데…기온 낮춰야 달성 가능한 ‘1.5도 목표’

Hankyoreh ·
여태 온난화도 못 막았는데…기온 낮춰야 달성 가능한 ‘1.5도 목표’

최근 유엔(UN)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세계가 합의한 ‘1.5도 목표’의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억제하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제거량이 같아 평형을 이루는, ‘탄소중립’을 이루자고 약속했다. 가장 큰 목표인 1.5도가 ‘달성 불가능’하다면, 이 약속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먼저, 유엔은 1.5도 목표를 ‘달성 불가능하다’며 포기한 것이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내놓은 보고서의 제목은 ‘오버슈트 제한하기: 1.5도 초과를 헤쳐 나가며 목표로 되돌아가는 경로’(Limiting Overshoot: Navigating exceedance of 1.5°C and pathways towards return)다. ‘오버슈트’는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도 목표를 초과한 상태를 말한다. 연간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2024년부터 산업화 대비 1.5도를 넘어섰다. 다만 파리협정의 목표는 20년에 걸쳐 평가되는 장기 지속 온난화를 가리키기 때문에 일시적인 초과라는 뜻에서 ‘오버슈트’란 말을 쓰는 것이다.

문제는 장기적으로도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은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서 각국이 줄이겠다고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이번 세기말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2.3~2.5도 오르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을 공식화하고 그 이후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 바로 이번 보고서다. 한마디로, 앞으로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애초 목표로 삼았던 1.5도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선 이제까지와 차원이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빙권 감소, 해수면 상승 등 1.5도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는 것만도 사람과 자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져다주며,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난은 비선형적으로 커진다. 이 때문에 일단 최대한 빨리 애초 목표했던 경로로 되돌아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오버슈트는 체념할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행동을 서둘러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보고서가 제시하는 것은 ‘오버슈트, 정점, 그리고 감소’(overshoot, peak, and decline) 경로다. 지구 규모의 기온 변화는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그렇다면 지구 기온 상승이 불가피하더라도, 최대한 낮은 정점에 달한 뒤 빠르게 낮아질 수 있도록 완만한 곡선을 그리게 하는 경로가 존재할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오버슈트, 정점, 그리고 감소’ 경로, 줄여서 ‘오버슈트 경로’라고 이름 붙였다. 기준치를 초과하는 기간과 최고점의 규모가 길고 클수록 기후변화가 우리 세계에 미칠 영향은 비선형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이 곡선을 최대한 완만하고 짧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보고서는 이 ‘오버슈트 경로’가 “취약한 국가와 지역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1.5도 이하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남은 선택지”라고 제시했다.

유엔환경계획 보고서는 현재까지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세워봤을 때 지구 기온 상승의 정점을 1.6~1.8도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특단의 조처를 하지 않아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이 2.6도까지 오르는 것보다는 덜 재앙적이지만, 해수면 상승, 극한기후, 생태계 손실 등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재앙이 고착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하루빨리 애초 목표했던 1.5도 경로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보고서는 이는 기존 파리협정에서 합의했던 ‘탄소중립’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경로라고 지적했다.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대기에서 제거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더 많이 줄이는, ‘탄소순감’(Net negative)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5도 경로로 되돌아가기 위해, 보고서는 3단계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5도 초과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메탄을 포함해 모든 온실가스를 혁신적으로 감축해 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취약 인구·생태계를 보호하는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지구 기온 상승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에는 모든 분야의 탈탄소화 조처에 성공해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 이후 곡선을 다시 1.5도 경로로 떨어뜨리기 위해선 탄소순감을 통해 지구 기온을 떨어뜨리고 오버슈트 동안에 입은 손실을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

문제는 탄소중립도 못 이루고 있는 판에 탄소순감은 더더욱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장기적으로 1.5도 목표를 포기하지 않은 이번 보고서가, 더욱 절망적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당장 지구 기온 상승을 1.8도 수준으로 막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해도,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년까지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그런데 기온 상승 추세를 역전시키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일이다. 유엔은 지구 평균 기온을 0.1도 낮추려면 대기 중 누적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220기가톤 줄여야 한다고 분석한다. 이는 전세계가 6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에 해당한다. 1.8도에서 1.5도로 0.3도 낮추려면 660기가톤, 곧 전세계가 17~18년 배출하는 양만큼을 없애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보고서가 ‘이산화탄소 제거’(CDR·Carbon Dioxide Removal)를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이산화탄소 제거는 생태계의 힘을 빌리거나 탄소 포집·저장(CCS)처럼 인위적인 방식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것을 말한다. ‘기술이나 공학에 모든 것을 맡기는, 사기에 가까운 해법’이란 비판이 크기 때문에 유엔은 ‘이산화탄소 제거도 필요할 수 있지만, 감축이 우선’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는 1.5도 경로로 되돌아가기 위해선 “이산화탄소 제거도 필요하다”고까지 밝힌 것이다. 물론 ‘감축을 대체할 수 없고, 효과가 불확실하며, 관리체계가 명확해야 한다’ 등 우려 섞인 전제들을 잔뜩 달았다. 이는 이산화탄소 제거까지 필수적인 요소로 언급해야 할 만큼 전지구 기후 대응의 앞날이 벼랑 끝에 몰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1.5도 목표와 탄소순감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던 독일 국제안보연구소의 올리버 게덴 박사는 “오버슈트에서 다시 1.5도 경로로 되돌아가는 것은 얼마 전까진 과학자들의 사고 실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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