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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창동의 30년, 그의 영화는 ‘불편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Kyunghyang Shinmun ·
감독 이창동의 30년, 그의 영화는 ‘불편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사진 크게보기 소설가에서 장관·세계적 거장으로…이 감독의 영화 7편 초록물고기·오아시스·버닝 등 사회서 소외된 인물 주인공으로 계급·청년의 불안·집단해고 등 현실에 있을 법한 비극들 다뤄 이 감독 “관객과 연결되는 작품”

이창동 감독(72)에게는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초록물고기>(1997)로 데뷔한 이래 30년간 <가능한 사랑>까지 영화 7편을 선보였다. 과작이지만, 소외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그의 영화는 우리 사회가 ‘괜찮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미국 영화매체 인디와이어는 <가능한 사랑> 리뷰에서 이 감독을 “현대 영화계에서 가장 문학적인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칭했다. 이는 ‘소설가 출신 영화감독’이라는 그의 뿌리를 되짚어보게 한다.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경북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국어교사로 일했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부문에 소설 <전리>가 당선되며 등단한 후 <운명에 관하여>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으로 이상문학상 우수상과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았다.

마흔을 앞둔 1993년에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1995년 친구인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로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받았다. 배우 문성근과 명계남, 여균동 감독과 함께 영화사 이스트필름을 설립해 첫 연출작으로 <초록물고기>를 선보였다.

이 감독이 그리는 인물은 비극적이면서도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다. 제대 후 갈피를 잡지 못하던 청년 ‘막동’(한석규)이 조직폭력배 보스의 여인 ‘미애’(심혜진)를 흠모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초록물고기>는 누아르물의 외피를 띠지만, 이 감독은 도시화 과정에서 가족이 해체되고 원주민들이 주변부로 밀려나는 모습을 영화에 녹여냈다. <초록물고기>는 국내 주요 영화상을 휩쓸고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을 받았다.

이 감독의 영화에는 윤리적 고뇌와 곤경이 대체로 함께한다. <박하사탕>(2000)의 ‘영호’(설경구)는 5·18민주화운동에 투입된 군인으로, 국가폭력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복합적인 인물이었다.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와 전과자 ‘종두’(설경구)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오아시스>(2002)는 사회가 상상하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면서도 둘의 관계가 가택 무단침입·강간 시도에서 시작된다는 데서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오아시스>로 이 감독은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은사자상)을, 문소리는 신인배우상을 받았다.

2003년 참여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 1년4개월간 장관직을 수행하며 문화행정에 몸담았다. 영화계 복귀작인 <밀양>(2007)은 아들을 잃은 여성 ‘신애’(전도연)를 주인공으로 종교와 용서라는 주제를 고찰한다. 배우 전도연은 <밀양>으로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손자의 범죄 사실을 알게 된 ‘미자’(윤정희)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 <시>(2010)는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시>에서 <버닝>(2018), <버닝>에서 <가능한 사랑>을 내놓기까지 8년씩 걸렸다. 두 청년을 통해 계급 격차와 청년세대의 불안을 그린 <버닝>은 해외 평단에 이 감독의 대표작으로 각인됐다.

4년 전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이 감독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흔히 리얼리즘이라고 평가받지만, 언제나 분명하고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분명한 메시지, 쉬운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면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영화도 끝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오래 질문이 남고 관객의 삶과 연결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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