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송유관 파괴에 UAE 협력 더 중요해졌다…증산 정책·우회로 활용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접견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한국의 원유 대체 수송로 역할을 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육상 파이프라인(송유관)이 친이란 이라크 무장세력 공격으로 일부 파괴되면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협력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UAE가 공격적인 증산 정책을 펼치고 있고 사실상 유일한 호르무즈 해협 우회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한국 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한국의 UAE 원유 수입은 중동 전쟁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8월 UAE로부터 221만449t의 원유를 수입해, 올해 처음으로 월 200만t 이상 원유를 수입했다. 전쟁 발발 전인 1월 수입량 143만2403t보다 54% 늘었다.
반면 사우디로부터 들여오는 물량은 1월 458만6974t에서 8월 290만9557t으로 약 37% 줄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완화됐던 7월(414만186t) 도입 물량이 반짝 늘긴 했지만 전반적으론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동서 송유관 파괴 영향이 나타나는 9월엔 수입량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1일 통화에서 “UAE는 사우디보다 원유 시장 자체가 작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항이 원활하지 않고 사우디 동서 송유관이 파괴돼 UAE 원유 수급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1200㎞ 길이의 송유관을 이용해 동쪽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서쪽 연안 도시 얀부로 옮겨 수출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10일 동서 송유관은 친이란 이라크 무장세력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 송유관 복구에 최대 5주가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가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안으론 UAE가 떠오른다. 먼저 UAE는 지난 5월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탈퇴를 선언한 이후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UAE는 OPEC에서 탈퇴하기 전까지 일일 원유 생산량이 352만배럴에 묶여 있었다. UAE의 일일 최대 지속가능 생산 능력(MSC)은 485만배럴 수준이다. 130만배럴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하지만 OPCE 탈퇴 직후인 6월 일일 원유 생산량을 380만배럴로 늘렸고 현재는 410만배럴까지 확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UAE의 종전 일일 원유 최대 생산량은 2020년 약 400만배럴이었다”며 “지금은 이를 웃도는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추가 증산 여력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와 예멘 후티 반군 홍해 점거에도 중동산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우회로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UAE의 무기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있는 푸자리아항을 통해 하루 180~20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정부도 UAE와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UAE 칼둔 칼리파 알부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접견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도 우리나라에 원유를 최우선으로 공급해준 UAE 측 배려에 감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UAE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UAE는 OPEC 탈퇴로 물량 확대 유인이 커졌고 아시아 시장 점유율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저장·터미널 등 국내 인프라 투자를 요청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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