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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 맺힌 연습실서 세계 무대로…한예종 무용원 30년의 유산

Yonhap News Agency ·
땀방울 맺힌 연습실서 세계 무대로…한예종 무용원 30년의 유산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무대 위 조명이 켜지자 눈앞에는 거대한 발레 연습실이 펼쳐졌다. 순백의 튀튀와 연습복을 갖춰 입은 무용수들이 길게 늘어선 발레 바를 잡고 모두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땀방울이 바닥을 적시던 배움의 공간에서부터 세계 최정상 무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발레를 이끌어온 30년의 역사가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2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 30주년 기념 공연 '케이아츠 발레: 어 리빙 트래디션'(K-ARTS BALLET: A Living Tradition)은 한국 발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자리에 집약한 특별한 무대였다.

지난 30년간 쌓아온 교육 현장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자리인 만큼, 해외 유수 발레단과 국내 무대에서 활동 중인 동문 스타 무용수들을 비롯해 재학생과 영재교육원 학생들이 한 무대에 올랐다.

1부 공연인 'K-ARTS 컨서바토리 2026'(K-ARTS Conservatory 2026)은 기본기 훈련이 어떻게 눈부신 예술로 승화하는지를 구조적으로 펼쳐 보인 무대였다.

뒤편에서 바를 잡고 호흡을 맞추는 후배들 앞으로 아메리칸 발레시어터(ABT) 솔리스트 한성우와 수석무용수 박선미, 국립발레단 수석 정은영,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 안재용,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 등 선배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백조의 호수' 흑조 파드되를 비롯한 고전 발레의 정교한 테크닉을 펼쳐내는 선배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갈라 쇼를 넘어섰다. '우리 역시 이 연습실의 바를 잡고 같은 땀을 흘리며 성장했다'는 따뜻한 화답이자, 뒤편에서 이를 지켜보는 후배들에게 다가올 미래의 청사진을 직접 건네는 격려였다.

2부에서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직접 재구성 및 연출을 맡은 '돈키호테 스위트'(Don Quixote Suite)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선술집 딸 키트리의 연인 바실리오 역을 맡은 김기민은 특유의 가벼우면서도 탄력 넘치는 도약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스스로 빛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호흡을 맞추는 후배 무용수들의 연기를 받쳐주며 무대 전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그의 마린스키 발레단 후배인 전민철은 투우사 에스파다로 분해 절도 있는 스텝과 붉은 망토를 휘날리는 화려한 춤선으로 객석의 환호를 끌어냈으며, 미국 워싱턴 발레단 이은원은 매혹적인 거리의 무희로 변신해 무대의 활기를 더했다.

흥겨운 축제가 끝나고 커튼콜이 내려간 뒤, 키트리 역의 소하은은 극 중 인물의 가면을 내려놓고 무용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주저앉아 폼롤러로 다리 근육을 풀고, 찾아온 지인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받으며 축하를 나누는 일상적인 무대 뒤 풍경이 펼쳐졌다.

이어 언젠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길 꿈꾸는 어린 발레리나가 수줍게 다가와 사인을 청하자, 소하은은 정성껏 서명한 자신의 토슈즈를 건네고 무대 뒤로 퇴장했다.

남겨진 어린 소녀가 선배의 땀이 밴 토슈즈를 발에 신어 보며 막을 내리는 마지막 장면은, 선배들이 묵묵히 닦아온 길을 따라 세계 무대로 나아갈 차세대 무용수들의 순수한 열정을 보여주며 객석에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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