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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가 당신을 찾고 있어요” 막무가내 이민자 단속에 저항하는 미국 공항 직원들

Kyunghyang Shinmun ·
“ICE가 당신을 찾고 있어요” 막무가내 이민자 단속에 저항하는 미국 공항 직원들

최근 미국의 한 공항에서 근무하는 항공사 직원 로리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을 피할 수 있도록 한 승객을 빼돌렸다. 승객 A씨를 ICE 요원들이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수소문 끝에 A씨의 연락처를 확보했다. A씨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한 뒤 “미친 소리로 들릴 것을 안다. 하지만 ICE가 당신을 찾고 있다”고 알렸다. 한참을 침묵하던 A씨는 “정말이냐”고 되물었고, 로리는 “말도 안 되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진심이다”라고 답했다.

해당 게이트에서 A씨를 만난 로리는 일단 그를 여자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난 신분을 증명할 서류를 다 갖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고 묻는 A씨를 설득해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재킷 후드를 깊게 눌러 쓰고 가족과 함께 공항을 떠났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는 19일(현지시간) 로리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미국 공항까지 들이닥친 ICE 요원들의 이민자 단속에 공항 종사자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지는 ICE의 일방적인 협조 요구와 무리한 단속으로 공항 내 종사자들이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 당국의 보복이 우려돼 로리는 가명으로 타임지 인터뷰에 응했다.

공항 종사자들은 ICE 요원들이 승객 신원을 확인해달라거나 위치를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항공사 내부 시스템을 열람하겠다고 하거나 탑승구·탑승교나 항공기 등 출입이 통제되는 구역까지 진입하겠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타임지에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여행객의 공항 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공항 단속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나, 최근 ‘하루 2000건 체포’ 압박을 받으며 전방위 단속을 벌여왔다.

문제는 이러한 ICE의 요구가 항공사의 보안 규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ICE의 대대적 공항 단속이 벌어지기 전까지, 공항 내의 사법 행정은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연방기관은 항공사에 사전 통보를 했고 요원들은 신분을 드러내는 근무복과 신분증을 착용·소지해왔다. 승객을 체포할 땐 판사가 승인한 사법 영장이 제출됐다. 그러나 ICE 요원들은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며, 사법 영장 대신 ICE가 발부한 행정 영장을 근거로 이민자 단속을 벌여 위헌 논란이 제기돼 왔다.

공항 종사자들이 소송 등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달 초 애리조나주의 피닉스 스카이 하버 국제공항에서 ICE에 체포된 페이션스 고어(44)는 유나이티드 항공과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ICE가 고어를 체포할 것을 알면서 출입국 카운터로 불러 사실상 함정을 파놓았다는 취지였다. ICE 요원들의 업무 협조 요청에 응해본 적이 있는 직원들은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왜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하나”고 말한다고 로리는 타임지에 전했다.

공항 내 ICE 단속이 확대되면서 공항 종사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미 항공승무원협회는 지난 3월 각 항공사에 보낸 서한에서 ICE의 이민 단속 활동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공항 종사자들은 ICE 요원들의 출입 통제구역 진입을 막거나 사법 영장을 요구하는 등 업무상 권한과 보안 규정 등을 근거로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로리도 ICE 요원들의 요구에 이러한 방식으로 대했다. A씨가 떠난 후 ICE 요원들이 찾아와 로리에게 A씨의 탑승 수속 여부를 물었고 로리는 “승객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ICE 요원은 “당신이 단속을 방해하고 있다. A씨를 찾는 데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로리는 항공사 보안 부서와 얘기하라고 답하면서 “사법 영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로리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고, A씨는 아이와 함께 무사히 집에 도착한 상태였다고 한다. 로리는 “ICE가 눈앞에서 사람을 끌고 갈까봐 무서웠다. 동시에 내 일과 내 안전을 위험에 빠트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타임지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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