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북극 시추 국제금지 추진 중단…환경→안보 무게중심 이동"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북극 패권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유럽연합(EU)도 북극의 석유·가스 시추를 전 세계적으로 금지하려던 노력을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20일 발표할 새 북극 전략에서 북극의 석유·가스 개발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되, 신규 개발을 금지하는 다자간 국제협약을 추진하려던 목표는 철회할 예정이다.
EU는 2021년 환경 보호를 이유로 북극의 신규 석유·가스 시추를 국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극의 탄화수소 자원을 추가로 개발하지 않도록 하는 법적 의무를 마련하자는 입장이었다.
EU가 5년 만에 북극 전략을 수정하게 된 건 러시아, 중국, 미국이 북극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하면서 북극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다.
기후 변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감소함에 따라 북극 항로와 미개발 자원의 가치가 상승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이 지역 항로 개발과 북극해 탐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두 국가의 역내 세력 확장에 대응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덴마크,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3자 안보 협정을 체결한 뒤 그린란드에서 대규모 석유·가스·광물 탐사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공조가 약화한 점도 EU의 정책 전환 배경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 연료 개발을 지지하고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재차 탈퇴하면서 북극 내 신규 자원 개발 금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기는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EU는 자체 위성 시스템인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의 활용도를 높이고 확대하고, 해저 케이블 훼손을 감시하기 위한 정보 공유를 강화할 계획이다. 서방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러시아 '그림자 유조선 선단'의 감시를 확대하는 한편 북극 항해를 원활히 할 쇄빙 역량을 공동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일부 관계자는 향후 EU의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기화와 수입 화석 연료 의존도 축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유럽이 5년 만에 두 번째 석유·가스 가격 위기에 직면한 점을 감안하면 대체 화석 연료 공급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달 발표한 분석에서 인프라 부족과 가용 자원 규모, 역내 안보 우려 등을 고려할 때 북극 가스가 2040년 전에는 유럽에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40년은 EU가 1990년 수준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줄이겠다고 약속한 시기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10/20 08:53 송고 2026년10월20일 08시53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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