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은 요만하게 찍지만 로만은 100배 넓게…미지의 세계 가득 담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오는 30일(현지시간) 발사할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망원경이 우주에서 천체를 촬영하는 상상도. NASA 제공
36년 주력으로 활약 중인 허블 시야 좁아 천체 관찰에 하세월 허블 주도한 박사 이름 딴 신형 한 번 촬영에 ‘100배 면적’ 포착 화질 그대로, 빛 차광막도 탑재 별 근접한 행성 직접 관측 기대
고도 500㎞의 지구 궤도. 푸른 지구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우주복을 입고 관광버스 크기의 ‘허블 우주망원경’ 수리를 지휘하던 맷 코왈스키 대장(조지 클루니 분)이 동료인 라이언 스톤 박사(샌드라 불럭 분)를 단호하게 제지한다.
수개월간 고된 훈련을 받은 끝에 올라온 우주에서 해야 할 임무를 당장 관두라는 명령을 내린 데에는 급박한 이유가 있었다. 지구 궤도에서 인공위성이 파괴되며 생긴 다수의 파편이 총탄 약 10배 속도로 자신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긴급 무전이 날아든 것이다.
그런데 라이언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도 수리 공구를 손에서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역사상 최고의 과학장비 가운데 하나인 허블 우주망원경을 너무나도 고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국 공상과학(SF)영화 <그래비티> 도입부다.
위성 파편이 우주비행사를 공격한다는 설정은 영화적 허구다. 하지만 허블 우주망원경은 실재한다. 1990년 발사돼 지금까지 천체 사진 수백만장을 찍었다. 인류의 시야를 태양계 밖으로 확장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 카메라는 시야가 너무 좁다. 넓디넓은 우주를 찍기에는 확실히 불편하다. 이를 해결할 대안이 다음주 우주로 향한다.
지난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망원경’ 발사 계획을 최종 확정해 공지했다. 날짜는 오는 30일 오전 7시36분(한국시간 오후 8시36분), 장소는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다. 스페이스X 로켓 화물칸에 실려 발사된다.
길이 12m, 폭 4m인 로만 우주망원경은 개발과 제작에 약 30억달러(약 4조1000억원)가 들어갔다.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우주에 배치될 예정이다.
이 망원경의 명칭은 사람 이름에서 따왔다. 1959년 NASA에서 여성 최초로 주요 보직(천문연구부문 초대 총책임자)에 오른 낸시 그레이스 로만 박사(1925~2018)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허블 우주망원경 계획 입안이다. 지구 대기권 밖으로 망원경을 쏘아 올린다는 도전적인 시각을 1970년대에 제시한 뒤 미국 의회를 설득해 예산을 확보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허블 우주망원경은 1990년 마침내 발사됐다. 그리고 지난 36년 동안 천문과학계의 주력 관측 장비가 됐다.
그래서 오는 30일 발사되는 것이 로만 우주망원경이다. 로만 우주망원경 촬영 시야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100배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는 100번, 로만 우주망원경으로는 한 번 찍은 우주 면적이 같다는 얘기다. 로만 박사가 생전에 주도해 우주에 띄운 허블 망원경의 약점을 사후 그의 이름을 딴 신형 우주망원경이 메우게 된 셈이다.
촬영 시야가 넓어져도 천체 사진 질은 그대로다. 사진 해상도를 결정하는 우주망원경 내 거울, 즉 ‘주경’ 지름이 로만 우주망원경과 허블 우주망원경 모두 2.4m다. 과거에 몇몇 우주망원경이 광각 촬영 기능을 갖췄지만, 화질 저하 문제가 있었다. 로만 우주망원경은 촬영 시야와 사진 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로만 우주망원경의 특징은 또 있다. ‘코로나 그래프’를 갖춘 점이다. 코로나 그래프는 우주망원경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 밝은 별빛을 가리는 차광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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