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년 전 대충돌, 우리 은하 90도 뒤집어버렸다
우리 은하는 크게 두 가지로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수많은 별과 가스, 그리고 중심 블랙홀로 이뤄져 있는 원반, 다른 하나는 이 원반을 둘러싸고 오래된 별들이 드문드문 분포돼 있는 헤일로(후광)다. 헤일로에 있는 별들은 대부분 원래 더 작은 은하에 있다가 우리 은하에 흡수된 별들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거대한 중력의 암흑 물질이 이 전체를 감싸 안고 있다.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 질량의 90%를 암흑물질로 본다.
그런데 2017년 유럽우주국의 가이아 우주망원경으로 우리 은하를 관측한 결과, 헤일로의 별들은 원반의 별들보다 회전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반에 있는 별들은 초속 약 220km(137마일)로 은하 중심부를 공전하는 반면, 헤일로에 있는 별들의 공전 속도는 초속 약 25km로 훨씬 느렸다. 이유가 뭘까?
영국 더럼대 연구진이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태양계가 탄생하기 훨씬 전에 우리 은하가 길 잃은 은하와 충돌하면서 옆으로 90도 누워버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최근 열린 영국 왕립천문학회 전국천문학회의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오리가’(Auriga)란 이름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해 우리 은하와 비슷한 25개 은하의 진화 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원반을 감싸고 있는 후광(헤일로)이 가장 느리게 회전하는 은하들에서 두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하나는 과거 다른 은하와 정면충돌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 과정에서 원반이 90도 이상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두 가지 현상이 우리 은하의 과거사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우리 은하는 100억~110억년 전, ‘가이아-소시지-엔셀라두스(Gaia-Sausage-Enceladus)’로 불리는 거대 왜소은하와 정면충돌해 이를 흡수했다. 이는 130억년 전 형성되기 시작한 우리 은하가 겪은 은하 충돌 중 가장 큰 사건이었다. 왜소은하로 분류되지만, 가이아 소시지에는 태양 질량의 100억배가 넘는 별과 가스, 암흑 물질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우리 은하 질량의 20%에 이르는 상당한 규모다. 이 충격으로 수십억개의 별들이 매우 길쭉한 소시지 모양의 궤도를 따라 공전하게 됐다. 이후 80억~90억년 전에 이르러 회전 축이 정돈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편평한 나선은하 구조로 자리잡았다.
연구를 주도한 더럼대 박사과정 연구원 키릴 바트라코프는 “우리 은하가 과거 대형 정면충돌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거 어느 시점에 원반이 완전히 누워버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원반이 누워버렸다는 것은 우리 은하 안의 수많은 별들이 과거에는 지금과 다른 궤도로 움직였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우리 은하의 형성 역사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 헤일로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진은 항성 헤일로의 회전이 암흑물질 헤일로의 회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두 구조가 함께 어울려 진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 은하는 궁수자리에 있는 5만~7만광년 거리의 왜소타원은하(SagDEG)와 합병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 은하의 10분의 1 정도인 1만광년 크기의 이 은하는 수십억년 전부터 우리 은하의 원반을 위아래로 통과하는 궤도를 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은하의 강한 조석력의 영향으로 별과 가스를 잃으면서 점차 우리 은하에 흡수되고 있는 중이다. 이미 대부분의 질량을 잃고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본다. 연구진은 “가이아 소시지만큼 질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 은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가이아-소시지 은하와 같은 큰 격변은 24억~30억년 후 위성은하인 대마젤란운과 우리 은하와 합쳐질 때 일어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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