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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에 직접 굴릴래…금융사 갈아탄 퇴직연금 16조 육박

Kyunghyang Shinmun ·
불장에 직접 굴릴래…금융사 갈아탄 퇴직연금 16조 육박

퇴직연금을 깨지 않고도 다른 금융회사로 갈아탈 수 있게 제도가 바뀐 지 1년8개월 만에 금융회사 간 퇴직연금 이동 금액이 약 1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퇴직연금 유형별 이동을 더 자유롭게 바꿀 방침이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금융회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은 24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시행한 2024년 10월 말부터 올 6월 말까지 이전 금액이 15조869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하루 평균 261억원 상당의 퇴직연금이 이동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3조2000억원, 3조8000억원이 움직였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6조9000억원이 이전됐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이란 퇴직연금 가입자(노동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만 바꿔 계좌를 이전하는 서비스다. 은행에 넣어두던 퇴직연금을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 등으로 옮기는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자 도입됐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금액이 5조222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이전 금액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머니 무브’가 현실화한 셈이다. 순유출입 금액을 봐도 은행(-3조9714억원)과 보험사(-1799억원)에선 퇴직연금이 순유출됐지만 증권사(4조1513억원)는 순유입됐다.

원리금보장형 위주인 은행 가입자들이 ‘증시 불장’을 맞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퇴직연금을 주식으로 운용하고자 증권사로 대거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가입자가 연금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에서 증권사 DC형 계좌로 2조68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도 증권사 계좌로 3조426억원 순유입됐다. 은행과 보험사 DC형과 IRP에서 주식 직접 매매가 되지 않아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도 개별 종목이 아닌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실시간 매매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현재 신탁 형태로만 가능하고 실시간 매매는 어렵다.

금융당국은 DC형에서 다른 금융회사의 IRP로도 계좌를 옮길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지금은 DC형 내에서 옮기는 식으로 같은 제도끼리만 계좌 이전이 가능하다. 또 환매가 중단된 펀드를 이전 가능 상품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날 관련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금융권과 논의를 시작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자 간 경쟁에는 불이 붙었다. 퇴직연금은 자주 바꾸는 자산이 아니므로 장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장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젊은층을 공략하는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도 “은행들이 퇴직연금 운용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거나 자산관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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