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19m로 덮친 히말라야 대홍수, 전조 있었다···“막을 순 없었지만, 대비는 가능했다”
네팔과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를 덮친 대홍수가 발생하기 직전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사전 징후가 포착됐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초속 19m 속도로 쏟아진 급류를 피하기는 어려웠겠지만 조기경보 체계가 잘 마련돼 있었다면 하류 지역의 인명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히말라야 지역 재난 위험과 관련해 네팔 정부에 자문을 제공해 온 지구과학자 야코프 슈타이너는 2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재난을 막기란 사실상 어려웠지만 더 잘 대비할 수는 있었다”고 말했다.
고산 지역 재해를 연구하는 과학자 단체인 하이리스크(HiRISK) 소속인 그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동료들과 함께 발표한 초기 보고서에서 재난 며칠 전 위성사진에서 이상 징후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융빙수가 눈에 띄게 갈색빛을 돌고 인근 기반암 경사면에 균열이 포착됐으며, 빙하 붕괴 직전 빙하 내부의 물흐름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슈타이너는 “이번 참사의 주된 원인은 산의 사면, 즉 단단한 암반이 갑자기 붕괴하면서 그 위에 있던 얼음과 함께 아래로 흘러내린 것”이라며 “이 토석류가 기존 퇴적물 위로 떨어져 함께 쓸려 내려와 큰 홍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홍수를 “현대 들어 이 지역에서 보지 못했던 일”로 규정했다. 유사한 유형의 홍수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비교적 작은 하나의 발생원에서 시작된 사건이 이처럼 거대한 홍수 파동을 일으킨 사례”는 드물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에서 인명피해를 줄일 방법은 있었다고 봤다. 보고서는 “초기 눈사태 속도를 고려하면 국경 검문소에서 대피할 시간은 충분치 않았지만 약 10분의 경보를 울릴 시스템만 있었다면 하류 지역에서는 더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 있는 국경검문소가 지난달 26일 홍수로 물살에 뒤덮이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AP·로이터통신 영상 변환
심각한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중국 측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전날 중국과학원(CAS) 연구진은 토석류가 빙하 붕괴 지점에서 약 22㎞ 떨어진 지룽 검문소 인근을 초속 19m 속도로 덮쳤다는 내용의 논문을 중국어 학술지 ‘양쯔강’에 발표했다. 이들은 검문소에서 약 52㎞ 거리인 네팔 트리슐리강변에 급류가 닿기까지는 46~75분의 시간이 걸렸다며 “하류 지역의 재난 대응을 위한 잠재적인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초국가적 조기경보체계 마련 등이 과제로 꼽힌다. 슈타이너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몇몇 빙하호를 중심으로 조기경보 시스템이 구축됐지만, 빙하 관련 위험에 대한 실질적인 운영 시스템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며 빙하 붕괴 등 위험 요인을 감지하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 마련과 국가 간 협력이 시급하다고 했다. CAS 연구진은 관측 지점을 상류로 이동시키고 원격 감시와 수위 모니터링 등 여러 데이터를 이용한 경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 관점에서 기후 재난을 가속화하는 난개발 문제에 대한 자성도 필요하다. 슈타이너는 2021년 인도 북부 차몰리 지역에서 발생한 빙하 붕괴·홍수로 200명이 숨진 일을 언급하며 “참사 이후 변화가 있길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채 별다른 통제 없이 개발이 확대돼 온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강도 높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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