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주택 퇴거자, 평균 6년 9개월 살고, 72% “내 집 마련”
심모씨는 2010년 서울 마포구의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했다. 12년간 이곳에서 세 자녀를 키웠다. 아이들은 이 집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았다. 심씨 가족은 2022년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서 의무임대기간보다 빨리 집을 떠나게 됐다. 심씨는 “그곳에 살면서 내 삶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이 3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로부터 받은 ‘장기전세주택 퇴거자 내역’ 등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SH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하다 퇴거한 가구는 1만929건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평균 거주기간은 6년 9개월이었다.
장기전세주택은 오세훈 시장이 2007년 ‘시프트’란 이름으로 도입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입주자는 주변 전세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가구 중 SH가 ‘계약자 요청’으로 분류한 경우는 전체의 84.5%인 9237건에 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약자 요청으로 기재된 분들의 상당수가 청약에 당첨됐거나 집을 구입하면서 계약해지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명시적으로 주택을 소유하거나 분양권 등을 취득했다고 밝히며 퇴거한 경우도 8.15%(891건)로 집계됐다.
실제 2023년 SH가 자발적 퇴거 1만5529건에 대한 패널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0%가 ‘자가마련’을 퇴거사유로 답했다. 공공임대주택 퇴거 후 자가 이주 비율 60%보다 높은 수치다.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들은 자산을 모을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로는 ‘주거비 절감 효과’를 꼽았다. 2025년 기준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3억4900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6억4800만원)의 54% 수준이다. 시세와의 차액만큼 대출 부담을 줄이거나 저축과 청약에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장기전세주택은 내년 처음으로 최장 20년 거주기간 만료를 맞는다. 2007년 입주한 초기 세대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모두 9361가구의 거주기간이 순차적으로 끝날 예정이다.
강동구 강일리버파크·고덕리엔파크에는 약 3000가구의 장기전세주택이 있다. 이곳에 거주 중인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들은 “현재의 전·월세 시세로는 주변에 갈 곳이 없다”며 서울시에 계약연장 또는 분양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장 20년 거주’와 ‘분양 전환 불가’라는 당초 계약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퇴거한 가구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입주를 기다리는 다른 무주택 시민의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워진 장기전세주택을 다음 무주택 가구와 미래세대에 다시 공급해, 장기전세가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로 기능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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