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안] 사할린서 명예시민상 수상한 한인2세 오정대 대표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러시아 사할린 최남단 항구도시 코르사코프는 지난 9일 '도시의 날'에 종합건축업을 하는 한인 2세 오정대(80) 스트로이마케트 대표에게 명예시민상을 수여했다.
도시는 매년 시를 위해 다양한 공헌을 펼친 시민을 1명씩 선정해 표창하고 있는데 한인 기업가가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 대표는 아파트 및 도로 건설, 상하수도관 매립, 시민 공원 조성, 박물관 리모델링 등 시가 주도한 다양한 건설 공사에 참여했고, 수익금의 일부를 불우이웃 돕기, 각종 축제 및 유치원·초등학교 행사 지원 등에 앞장서 왔다.
오 대표는 1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징용된 선조들은 무국적자 신분으로 차별을 받으면서도 언젠가 모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다"며 "한인 후손들은 부모 세대의 근면·성실 DNA를 물려받았기에 열심히 살았을 뿐"이라며 담담히 말했다.
시의 다양한 사회단체에서 행사 후원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않고 적은 돈이라도 항상 기부를 해왔기에 몇 년 전에는 시에서 공로를 기려서 얼굴이 담긴 표지판을 세워주기도 했다.
사할린기술전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지역의 공기업 공장 관리자로 일했던 그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3년 구소련 해체 후 기업이 문을 닫게 되면서다.
그는 공무원처럼 살다가 갑자기 실직하게 됐을 때 1950년대에 텃밭을 일궈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었던 부모님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건축 자재 공급이었다. 개혁개방으로 새로운 공사들이 많이 생길 것을 예상한 그는 관리직에 있을 때 사귀어둔 인맥을 활용해 자재를 거의 무상으로 공급받았다.
오 대표는 "보드카를 들고 각종 목재 창고 관리자였던 지인들을 찾아가 술잔을 건네며 버려지다시피 한 목재를 가져다 쓸 수 있냐고 요청했고 흔쾌히 허락받았다"며 "당시 관계자들을 사귀기 위해 못 마시는 보드카를 매일 먹다시피 했다. 내 영업 비밀은 보드카인 셈"이라고 웃었다.
오 대표의 회사는 2004년 대우건설이 참여한 LNG 플랜트 공장의 하청업체가 되면서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코르사코프시 인근에 건설된 이 공장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 근로자만 2만여명이 참여했다.
당시 대우건설의 지원을 받아 항구 언덕에 고국을 그리다 세상을 떠난 한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망향의 탑' 건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2008년 LNG 플랜트 공장이 완료될 무렵 관리를 맡은 영국 정유회사가 수백동에 이르는 인부들의 숙소 해체 작업을 오 대표에게 맡기면서 큰돈을 벌게 됐고 이는 종합건축업에 나서는 기반이 됐다.
30여년 넘게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쳐온 비결을 묻자 그는 "법을 준수하고 세금 잘 내고 정도를 걸어오면서 쌓은 신뢰 덕분"이라며 "더욱이 소수민족인 한인이라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코르사코프에 사는 한인들이 상부상조하고 자손들에게 정체성도 심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1999년에 뜻맞는 지인들과 함께 한인디아스포라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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