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회사 생활 꿀팁’이 사내에서 술 마시기?···주류광고 위반 5년간 1만건 넘었다
일하는 중 술 마시는 장면을 내보내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으로 적발된 위스키 브랜드 짐빔의 인스타그램 광고. 한국건강증진개발원·남인순 의원실 제공
분홍색 토끼 탈을 쓴 사람이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다. 한 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우고, 다른 손에는 하이볼 잔을 들었다. 화면 위로 “회사에서 빡칠 때 꿀팁”이라는 자막이 뜨고, 아래로는 “나 이거 일주일째 하는 중이거든? 기분이 확실히 나아지고 근자감이 생겨”라는 글이 흐른다. 일하는 중 술 마시는 장면을 내보내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으로 적발된 위스키 브랜드 짐빔의 인스타그램 광고다.
술 광고에 아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오리지널비어컴퍼니는 자사 팝업 스토어를 홍보하며 맥주 시음대 앞에서 아기를 안고 선 사진을 실었다. 골든블루는 술 광고에 “싸우던 자매도 화해시키는”이라는 문구를 붙였다. 각각 미성년자 등장과 음주 미화에 해당해 적발됐다.
15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6월까지 5년여간 주류광고 기준을 어겨 적발된 사례가 1만262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1593건이 적발돼 2024년 1306건보다 22%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476건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위반 유형은 과음 경고문구 미표기였다. 680건으로 전체의 42.7%를 차지했다. 전년도(412건)보다 65% 늘면서 2024년 최다 위반 유형이었던 음주 권유를 넘어섰다. 경품 제공(403건)과 음주 권유(384건)가 뒤를 이었다.
적발 건수가 쌓이는 배경에는 업체들의 반복 위반이 있었다. 누적 적발 건수 1위인 OB맥주는 2021년부터 지난 6월까지 위반 사실이 697건으로 집계됐는데 2021~2025년 한 해도 빠짐없이 위반 상위 10개 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OB맥주는 올해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 카스 TV 광고를 주류광고 금지 시간(오전 7시~오후 10시)에 내보내 시정 요구를 받았다. 서울장수와 하이트진로도 같은 기간 매해 적발됐다.
이처럼 위반이 반복되는 것은 적발돼도 광고를 고치거나 내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제8조의2는 기준을 어긴 주류광고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용 변경 등 시정을 요구하거나 금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만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즉 위반 자체에 부과하는 과징금이나 과태료 규정은 없는 것이다. 실제로 개발원은 적발된 광고에 시정을 요청해 “100% 완료됐다”고 밝혔다. 반복해서 법을 위반하면서도 광고를 고치는 것만으로 처벌은 피해간 것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발달로 광고 제작 문턱까지 낮아지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실제 느린마을양조장은 AI로 만든 직장 동료들의 퇴근 후 술자리 영상에 “너무 행복해서 동결건조 시키고 싶어요”라는 문구를 붙였다. 음주가 행복감을 주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 문제가 됐다. AI를 활용해 별도 촬영 없이도 이러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유사한 방식의 위반 광고가 쏟아질 수 있다.
남 의원은 “주류광고를 습관적으로 위반하는 업체는 법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반복적으로 주류광고 기준을 위반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더 실효성 있는 제재가 가능하도록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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