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심사 서둘렀다 인정한 이찬진, '누가'엔 답 피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심사를 정책 일정에 맞추기 위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병행심사' 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일정을 누가, 왜 앞당겨서 정했느냐는 핵심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심사가 일정에 맞춰졌다…병행심사 사상 첫 사례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 심사는 통상과 달랐다.
CBS노컷뉴스가 최초 보도한 대로, 거래소 예비심사가 끝난 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로 넘어가던 3단계를 2단계로 줄여 '병행심사'가 사상 처음으로 실시됐다. 이에 따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심사 기간은 역대급으로 빠른 29일이 걸렸다.
ETF 상장에 평균 62일, 대표 지수형은 43일이 걸린 것과 대비된다. 이 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병행심사가 이뤄진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유는 일정 때문이었다. 이 원장은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병행심사 이유를 묻자 "4월 중순쯤 금융위에서 상장 일정을 정책적으로 발표한 게 있다"며 "그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심사를 빨리 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출시 일정을 알게된 시점은 4월 21일 국무회의 의결 때 나온 보도자료로, 이미 "5월 22일 상품 출시 예정"이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심사에 들어가기 전부터 상장 날짜가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취지다. 일정이 정해진 과정에서 금감원의 역할은 분명하지 않다. 야당은 1월 6일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 회의, 1월 13일 청와대 비공개 간담회를 거치며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레버리지 ETF 도입 검토를 금융위에 지시했다고 추궁하고 있다. 금감원은 1월 6일 회의에서 "별다른 논의는 없었다"(서재완 부원장보), 1월 13일 회의는 "기억나지는 않는다"(황선오 부원장)고 답했다. 일정이 왜 앞당겨졌는지는 이날 국감에서 설명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지방선거 시간표에 맞추는 게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드러누워서라도"…막았어야 할 시점은 '수리 전' 이 원장이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한 발언의 배경도 나왔다. 이 원장은 이날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는 발언을 포함해 기자간담회 발언 의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왜 드러눕지 않았느냐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는 "정책이 이미 발표되어서 확정된" 상태였다고 답했고, 발언의 취지는 "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 경보를 울리기 위해서 메시지를 세게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누구 앞에 드러누워야 했느냐는 질문에는 "증권신고서를 수리하기 전에 막았어야 했다"고 답했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나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냐는 추궁에는 "전혀 관계없는 발언"이라고 했다. 도입의 시발점을 묻는 질문에도 "정부 당국에서 협의에 의해서 결정된 사안이었지 특정인이 이렇게 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설명대로라면 상장 일정은 정부 당국의 협의로 정해졌고, 금감원이 개입할 수 있던 마지막 지점은 증권신고서 수리 전 단계였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단계에서 속도를 늦추거나 제동을 걸지 못했다. 이 시점부터 금감원은 이미 발표된 일정에 맞춰 심사를 앞당기기까지 했다. 박대출 의원이 금감원의 이번 ETF 상장 심사를 "변칙과 졸속"이라고 규정한 이유다. 감독당국 수장 발언의 최대였나, 막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인가금감원이 위험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김재섭 의원은 금감원이 4월 23일 발표한 단일종목상품 증권신고서 기재 심사사항에 쏠림, 단기간 큰 손실, 비숙련자 부적합 등이 적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시장 영향 문제를 지적하거나 공식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원장은 "직접적으로 지적한 바 없다", "직접적으로 없다"고 답했다. 증시 폭락의 원인이 레버리지 ETF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도 일정 부분 원인이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책임을 묻는 질의에는 "결과에 대해서는 매우 무거운 마음"이라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고, 사퇴를 포함해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인사권자가 결정하실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이 원장이 발언 뒤 청와대로부터 '옐로카드'까지 받는 부담을 안고 시장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라며, 정부 결정 아래 감독당국 수장이 낼 수 있던 최대한의 신호였다고 풀이한다. 반면 그 정도 수위에 그칠 수밖에 없었느냐는 아쉬움과, 막을 수 있던 시점을 놓치고 뒤늦게 말로 경고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어느 쪽이든 일정을 누가 왜 앞당겼는지는 풀리지 않은 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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