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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카지노 책임론?…'쉬운길' 선택의 결과일 수도

Nocut News ·

"국민의 노후를 담보로 벌인 위험한 도박 '연기금 카지노'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 연금개혁특위와 재정경제기획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의 국민연금 주식시장 동원은 마치 '주가조작'이나 다름 없었다"면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및 이재명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최근 코스피의 급락에 국민연금이 약 100일 만에 182조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나자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손실이라는 것도 아직은 실제 발생했다기 보다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평가액이 100일 만에 182조원만큼 줄었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도 국내주식을 사고 팔고 했기 때문에 이른바 '평단가'를 기준으로 실제 손실을 입었는지는 조금 더 상세하게 따져 봐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주장에 장관이나 대통령으로서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따져볼 것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번 비판을 자초한 것은 '원칙훼손'의 후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몃달 전으로 되돌려보면 이렇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28일 오후 4시 30분 제5차 회의를 열고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주목할 의결내용은 이것이다.

2026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조정한다는 것. 목표비중을 무려 5.9%포인트를 올렸다. 국민연금은 이보다 넉달전인 지난 1월에는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 14.4%를 14.9%로 0.5%포인트까지 한번 상향조정한 바 있다.그런데 증시가 계속 뜨거워지면서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주식 비중은 24.5%까지 확대됐다. 조정된 목표 비중 14.9%는 물론 허용 범위 상단 19.9%도 넘어 섰던 것이다. 기금위는 변동성이 큰 국내주식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SAA 즉 국내주식의 전략적자산배분 허용범위를 두고 있는데 ±5%포인트가 그것이다. 한시적으로는 목표비중보다 5%포인트 많이 보유해도되고 이만큼 덜 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범위마저도 넘어서자. 목표비중 자체를 대폭 올린 것이다.

5.9% 포인트. 업계에서는 이렇게 목표비중을 한꺼번에 올린 것은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금위는 허용범위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시적이지만 5% 이상을 더 보유해도 된다고 한 이 범위도 더 늘린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조정 폭은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과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물론 이것도 이해가 전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이 범위와 기한이 공개될 경우 해외 투자자자들이 국민연금의 투자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계를 다시 돌려보면 지난 2월 기준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 자산 1610조 원 가운데 국내주식은 395조 원 규모로, 기존 목표치인 14.9%를 맞추려면 약 155조 원어치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장에서는 '큰 손'인 국민연금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경우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오기도 했고 주가 상승 국면에서 추가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했다. 이런 상황이 지난 5월 기금위가 목표비중을 대폭 올려주고 허용범위도 늘린 배경으로 보인다. 이 기금위의 최고책임자가 바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그런데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내 주가가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한도를 초과했는데 이것을 계속 팔아야 하느냐"라며 "국내 증시가 잘되는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보유하면 그만큼 득이 되고 국민의 노후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의 이 발언이 지난 5월 기금위에서 목표치를 대폭 올리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지난 5월 목표 상향조정때도 투자원칙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점은 반추해야 한다. 연금연구회는 단기간 코스피 급등으로 실제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상회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한 번 국내주식 비중 추가 상향을 검토하는 것은, 스스로 세운 자산배분 원칙을 시장 상황에 맞춰 수시로 흔드는 자기부정이자, 국민 노후자산 운용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힌바 있다. 연구회는 이어 국내주식 투자 비율을 더 높이는 쉬운 선택 대신, 불편하더라도 스스로 세운 분산투자와 재정안정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것이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었다. 지난 5월 기금위 결정 당시에는 크게 들리지 않았던 이런 목소리가 지금은 다시 크게 들린다. '카지노' 소리까지 듣게된 지금 상황은 '불편한 길' 대신 '쉬운 길'을 선택한 결과인지 모른다. 참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다만 같은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리밸런싱의 룰을 명확화하고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더 크게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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