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조직도 돈세탁은 '외주'…934억 세탁한 유령 상품권업체
(수원=연합뉴스) 김지원 기자 = 상품권 유통업체로 위장한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사기조직의 범죄수익금 900억 원대를 세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및 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40대 총책 A씨 등 7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과 경기 안산·고양·시흥 등 수도권 5곳에 유령 상품권 업체를 차리고 총 934억원 상당의 범죄수익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투자 리딩방 사기와 중고물품 거래 사기 등을 벌이는 범죄조직으로부터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을 넘겨받아 세탁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피해자들이 범죄조직이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내면 범죄조직은 이를 여러 개의 2·3차 계좌로 옮긴 뒤 A씨 등이 운영하는 상품권 업체 명의 계좌로 입금했다.
A씨 등은 이렇게 들어온 돈을 계좌별 출금 한도에 맞춰 현금과 수표 등으로 인출했다. 한 계좌의 하루 출금 한도를 채우면 다른 조직원의 계좌로 돈을 옮겨 다시 인출하는 식으로 하루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가량을 현금화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5개 업체 계좌의 입금액은 총 934억원에 달하며, 검거 당시 계좌에 별다른 잔액이 없어 모두 세탁이 완료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품권 유통업은 대량의 상품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큰돈이 오갈 수 있는 만큼 자금 출처를 추궁받더라도 상품권 거래 대금이라고 둘러대기 용이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실제 사업자등록을 하고 오프라인 사무실까지 마련해 가짜 거래 장부 등을 작성했지만, 실제 상품권을 사고판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사기 범행에는 직접 가담하지 않고 범죄조직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자금세탁만 전담한 이른바 '외주형 자금세탁 조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사기조직 내부에서 범죄수익금을 여러 계좌로 돌리거나 인출책을 동원해 현금화하던 것과 달리 범죄와 자금세탁 역할을 서로 다른 조직이 나눠 맡는 방식이다.
이후 올해 2월부터 조직원들을 차례로 검거해 검찰에 넘겼으며, 총책 A씨도 지난 11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현재 전반적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조직이 직접 자금세탁까지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전문 조직에 맡기는 방식으로 범죄가 외주화하고 있다"며 "아직 검거되지 않은 공범을 추적하는 한편 자금세탁을 의뢰한 범죄조직과 수수료 규모 등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09/14 10:00 송고 2026년09월14일 10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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