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돋보기] 100m 9초39…휴머노이드가 질주하는 진짜 이유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넘어지지 않고 걷는 데 급급했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제는 100m를 10초 안에 주파하면서 속도전에 돌입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 100m 예선에서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가 개발한 '톈궁(天工) 울트라'가 9초39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20초대 초반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주파 시간을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여 주목받고 있다.
톈궁 울트라의 기록은 세계육상연맹이 공인하는 트랙 규격이나 부정 출발 감지 센서, 풍속 측정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로봇 전용 경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톈궁 울트라의 달리기는 단순한 기록 우열보다 모터 출력의 한계치와 고속 동적 균형 제어 알고리즘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게 맞다.
텍스트를 처리하는 인공지능(AI)과 다르게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는 중력과 관성, 바닥 마찰, 모터 발열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실시간으로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달리기는 보행과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걸을 때는 한쪽 발이 지면에 닿아 있어 지면의 반력으로 자세를 고쳐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달릴 때는 두 발이 모두 공중에 뜨는 비행 구간이 발생하게 된다.
공중에 뜬 순간에는 바닥을 디뎌 자세를 바로잡을 수 없다. 오직 몸통의 기울기와 다리 궤적을 제어해 착지 순간의 충격을 흡수하고 다음 발을 내딛는 동작으로 이어가야 한다.
시속 30㎞가 넘는 고속 주행에서는 센서 데이터 수신이나 모터 토크 계산이 수 밀리초(ms·1천분의 1초)만 늦어져도 휴머노이드가 그대로 고꾸라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엔지니어들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시뮬레이터 안에 수천 개의 복제 환경을 띄워 휴머노이드가 가상 공간에서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을 단 몇 시간 만에 수억 번 반복하도록 유도한다.
휴머노이드의 감속기 내부 유격, 모터 응답 지연, 배터리 전압 강하, 바닥의 미세한 굴곡은 시뮬레이터가 100%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발진은 가상훈련 과정에서 질량과 마찰력, 외력의 크기를 불규칙하게 하는 방법을 통해 오차를 줄이고 있다.
AI 로봇 개발 스타트업 관계자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동역학 제어 학습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기계 부품 마모나 예기치 않은 센서 노이즈 같은 현장 변수를 실시간으로 얼마나 보정하느냐가 기술 격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AI로 제어되는 휴머노이드가 출력한 관절 각도가 하드웨어 한계를 넘어서거나 돌발 행동을 일으킬 경우 기체 파손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AI가 큰 틀의 이동 궤적을 짜면 모델 예측 제어(MPC)와 전신제어(WBC) 알고리즘이 안전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실시간 필터링을 거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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