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사람들] ④ "얼마나 답답하면"…300만∼800만원 사설탐정까지 찾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양수연 기자 = "오죽 답답하면 여기까지 찾아오겠어요. 의뢰인들이 하소연하는 게 대부분 이런 내용입니다."
퇴직 경찰관 출신 사설탐정 우재군씨는 26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실종된 가족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경찰 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짚었다.
그는 "실종자를 찾는 사람은 구체적 주소까지 알고픈데, 성인은 가출인으로 분류돼 형사들이 소재를 찾아내 연락되더라도 '00에 살고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정도를 알리고 끝낸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가 소재가 공개되길 원치 않으면 현행법상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인데, 찾는 사람 입장에선 '그냥 잘 있다'고만 얘기하니 신고한 의미가 없다고 하소연한다"고 덧붙였다.
우씨는 "탐정은 경찰처럼 통신 내역을 확인할 수 없지만, 출신 학교·회사 등을 중심으로 한 탐문 작업에 시간을 들일 수 있다"며 "경찰은 그러기가 어렵다. 하루에 가출이나 실종 신고가 4∼5건씩 들어오는데, 이걸 다 배당받으면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시 경찰 수사관 출신인 사설탐정 김민재씨는 "최근 관련된 뉴스가 많이 나와 그런지 부쩍 실종자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많아졌다"며 "특히 2∼3주 사이 두 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종자 찾는 건 고강도 업무다. (가족들로부터 제공받은) 각종 기록을 토대로 특정한 현장에서 무작정 몇주씩 잠복해 찾아낸 적이 있는데 어려웠다"며 "경찰들한테는 부담이 매우 큰 업무다. 경찰 실종팀은 안 그래도 비선호 부서인 데다 인원도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은 휴대전화로 위치 추적이 가능하지만 개인정보 문제로 신고한 당사자에게도 이를 알려주지 않는다. 답답할 수밖에 없다"며 "얼마 전 20년 전 사라진 가족을 찾는다는 의뢰를 받아 확인해보니 주민등록번호가 말소 상태였다. 사설탐정들도 이 일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성인 실종 신고를 '가출인'으로 분류·관리해왔다. 이에 따라 신고가 접수돼도 위치 추적이나 유전자 검사·대조 등 적극 수색에는 한계가 있다.
해당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 16조를 보면 '가출인'이 거부하면 보호자에게 소재를 알 수 있는 사항을 통보해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최근까지도 아동·성인 등 실종 사건 업무를 맡고 있는 지방의 한 30년 차 경찰관은 "현행법상 미성년자 등은 보호 의무가 있어 실종 신고 시 대면 확인이 원칙이다. 하지만 성인들은 스스로 집에서 나왔는데 왜 간섭하느냐고 항의하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의사를 보이는 성인은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에 소극 대응하게 된다"며 "실종인지 가출인지, 스스로 나갔는지 사고를 당했는지 곧바로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종 수사를 개시할지 말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2017년 의무경찰제 폐지로 2만5천여명의 의경 인력이 2023년부터 전국 관서에서 사라져 실무 부담이 커진 점도 실종 사건에 적극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적 배경으로 언급된다.
지난해 이런 문제점을 지적한 논문을 내 탐정 등 민간 인력을 활용하자고 제언한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성인 실종을 단순 가출로 올려두면 수사 책임을 면하게 되는 구조"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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