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잠실, 호랑이의 안방이기도 했네' 김도영 작별포
'한국 야구의 성지' 잠실구장이 4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KIA가 포스트 시즌(PS) 역사에 남을 홈런을 터뜨리며 '굿바이, 잠실'의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KIA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13-1 대승을 거뒀다. 전남광주 홈에서 열린 1, 2차전까지 3연승으로 준PO를 끝냈다. 정규 리그 3위인 KIA는 2위 삼성과 오는 25일부터 역시 5전3승제인 PO를 치른다. 여기서 이기는 팀은 정규 리그 1위 kt가 선착한 한국 시리즈(KS)에 진출한다. '디펜딩 챔피언' LG는 시즌을 다소 씁쓸하게 마무리했다. 전반기까지 삼성과 1위 싸움을 펼쳤지만 후반기 침체에 빠져 막판 3위마저 KIA에 내주며 4위로 떨어졌다.
5위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이겼지만 2023년, 지난해 통합 우승의 피로감이 쌓인 듯 무기력하게 KIA에 PO 진출권을 내줬다. 그러면서 잠실구장의 공식 경기는 마무리됐다. 지난 1982년 7월 개장한 잠실구장은 그해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렸고, 한국이 결승에서 일본을 극적으로 꺾고 우승하며 강렬하게 출발했다. 김재박의 개구리 점프 번트와 한대화의 결승 홈런은 올드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후 잠실구장은 KBO 리그의 숱한 명승부가 펼쳐지며 한국 야구의 심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관중석이 적은 지방 구장 상황에 KS는 잠실구장에서 중립 경기로 펼쳐기도 했다.
1983년 KS 7차전에서 당시 롯데 고(故) 최동원은 9이닝 4실점 126구 완투승으로 혼자 4승을 책임지는 불멸의 투혼을 펼쳤다. 유두열의 결승 홈런도 야구 팬들에게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KIA도 전신 해태 시절부터 잠실에서 KS 우승의 기억을 품었다. 총 12번의 우승 중 1983, 1986, 1988, 1989, 1993, 1996, 1997년(이상 해태)과 2009년(KIA), 2017년(KIA)이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은 경기를 마무리한 뒤 포수에 안기는 세리머니의 단골 손님이었고,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잠실벌을 바람처럼 누볐다.
2009년 KS도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결코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당시 SK(현 SSG)와 KS 7차전에서 KIA 나지완이 채병용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날리며 우승을 결정지었다. 선동열, 이종범 등의 일본 진출로 암흑기를 맞은 호랑이 군단이 무려 12년 만에 명가 재건을 이룩한 순간이었다.
KIA는 이날 잠실의 마지막 추억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하려는 듯했다.
2회초 나성범이 선제 결승 1점 홈런을 날리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박정우, 박재현의 적시타로 KIA는 3-0으로 달아났다. 선배들을 이어 '슈퍼 스타' 김도영이 잠실에 마지막 역사를 아로새겼다. 상대 필승 좌완 존 케네디를 통렬한 좌중월 만루 홈런으로 두들겼다. 단숨에 7-0으로 리드를 벌린 사실상의 쐐기포였다. 특히 홈런 비거리는 구단 트랙맨 기준으로 145.8m,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원 측정 기준으로는 145m의 초대형 아치였다.
KBO 측정이 시작된 2000년 이후 2019년 10월 10일 박병호(당시 키움)가 LG와 잠실 4차전에서 날린 135m를 넘은 역대 준PO 최장거리포. 역대 포스트 시즌(PS) 최장거리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김도영의 비거리는 지난 2001년 10월 28일 '흑곰' 타이론 우즈(당시 두산)가 삼성과 KS 6차전에서 날린 145m 홈런과 같았다. 잠실 마지막 경기에서 토종 선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김도영은 역대 최연소 PS 만루 홈런 기록(23세 18일)도 세웠다.
2001년 10월 25일 '두목곰' 김동주(두산)가 KS 4차전에서 기록한 25세 8개월 22일을 2년 이상 앞당겼다. 마지막 잠실구장 경기의 기념비적인 홈런이었다. 그러자 나성범도 역사를 만들었다.
6회 우강훈을 상대로 우월 1점포를 날렸는데 준PO 1경기 2홈런은 최다 타이다.
7회도 한준수가 1점 홈런으로 10-1로 달아나는 축포를 쐈다.
KIA의 9회초 공격 때는 마치 홈 구장인 듯 '비 내리는 호남선'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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