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니트리, 1조 실탄 확보…K로봇 산업 ‘비상’
상하이 증시 상장, 상용화 속도전 초저가·물량 공세에 공급망 장악 전기차·배터리 이어 로봇도 위협 국내 대기업은 아직도 실증 단계 미·유럽, 중국산 기피 심리 활용 제조 현장 데이터로 차별화 집중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상하이 증시 상장으로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실탄을 확보하면서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피지컬 AI’를 낙점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연구실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초저가 대량 양산’ 궤도에 진입한 중국발 공세가 배터리와 전기차에 이어 차세대 로봇 완제품 및 부품 생태계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진다.
유니트리는 19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입성하며 공모로 61억위안(약 1조2800억원) 자금을 조달했다. 상장 기업가치는 약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1600만원대 저가 휴머노이드 ‘G1’을 앞세워 가격 파괴를 주도해온 세계 1위(지난해 시장점유율 32%) 유니트리는 인공지능(AI) 모델 고도화와 대규모 양산기지 구축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유니트리의 상장은 글로벌 로봇 산업 중심축이 기술 실증에서 상용화 속도전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피지컬 AI, 로봇 산업 등과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을 정리하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0%를 확보했다. 전동식 ‘아틀라스’를 앞세워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완성차 제조 현장에 로봇을 순차 투입하고 연간 3만대 양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그러나 유니트리가 수직계열화된 자체 부품 공급망을 기반으로 원가 파괴를 가속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양산 단가와 상용화 속도 면에서 만만치 않은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초기 생산원가가 대당 1억~2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고스펙 산업용 아틀라스와 비교할 때, 유니트리가 주도하는 1000만원대 가격 파괴 공세는 글로벌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며 표준 선점 경쟁에서 큰 격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피지컬 AI를 미래 핵심축으로 삼고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대표이사 직속으로 ‘RX(로봇경험)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산하에 ‘피지컬AI랩’을 가동하는 등 분산됐던 로봇 연구와 상품화 조직을 통합했다. LG전자는 미국 엔비디아와 손잡고 ‘엔비디아 두뇌, LG 몸체’ 형태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의 행보가 기술 통합과 실증 단계에 머무는 사이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시험대로 삼아 수천대 단위의 데이터를 축적하며 하드웨어 양산에서 격차를 벌리고 있다.
특히 로봇 제조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관절 구동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와 관련 모터·희토류 공급망을 중국이 장악해나갈 경우 국내 부품 생태계의 단가 하락 압박과 대중국 종속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주요국은 제조 공장과 국가 인프라에 투입되는 중국산 로봇의 카메라, 라이다 센서를 통한 데이터 유출 및 보안 위협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서방 제조 기업들이 중국산 도입을 꺼리는 상황에서, 자동차·정밀기계 제조 기반을 갖추고 기술력과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한 한국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저가 출혈경쟁을 피하고 독보적인 제조 데이터를 보유한 고정밀 특화 솔루션에 집중해야 한다”며 “보안 신뢰성을 무기로 서방의 대체 공급망을 선점하는 동시에 현장 실증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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