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금리發 '검은 수요일'…환율 열 달 만에 1300원대
19일 코스피가 5.8% 급락해 6500선이 붕괴됐다. 개장 5분여 만에 올들어 스물다섯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도 830선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국채금리 급등에 따라 '돈줄'이 말라붙을 것을 우려한 투자심리가 한껏 위축된 모습이다. 환율은 열 달여 만에 1300원대로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 후퇴에 따른 달러 약세, 수출기업의 환전 증가, 한미 금리차 완화 전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6거래일 만에 '팔자' 전환…삼전 7.8%↓·하이닉스 9.7%↓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398.66포인트(5.80%) 내린 6471.17에 정규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9시 지수는 341.06포인트(4.96%) 하락한 6528.77에 개장한 뒤 6% 안팎으로 빠지다가 결국 9시 6분쯤 바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가격이 5% 이상 하락한 뒤 1분간 지속될 때 기관투자자의 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조치다. 올들어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면서 연중 48번째 발동한 사이드카다. 이 중 매도 사이드카는 25회째이며, 매수 사이드카는 23회 발동된 바 있다. 거시경제 지표 악화에 외국인은 지난 5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그치고 3조4884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기관도 1조3229억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코스피시장에서 돈을 빼던 개인은 이날 4조6355억원을 순매수했다. 대형 반도체주의 부진이 지수를 더욱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주당 24만7500원으로 7.82% 내렸고, SK하이닉스 주가도 150만원으로 9.75% 하락했다. 다만 장마감 직후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밝혀 주가가 반등, '가뭄에 단비'가 될지 주목된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9.74(1.17%) 하락한 824.46에 정규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24.12포인트(2.89%) 하락한 810.08에 개장한 뒤, 장중 한때 830선을 넘어서며 하락폭을 줄였다.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에 위축된 증시…금융위기 때 근접이날 코스피 하락은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 여파로 풀이된다. 간밤 뉴욕증시는 다우존스산업지수(-0.2%),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0.7%), 나스닥(-1.3%)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4.98% 급락했다. 미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연 5.33%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초입이던 2007년 6월 5.44%에 근접했고,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연 4.7% 수준으로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돌파하면 인공지능(AI) 투자가 중단돼 버블이 붕괴되는 위험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5.3%였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장중 연 2.945%까지 상승하며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독일 30년 만기 국채금리도 연 3.75%로 2011년 이후 최고, 프랑스의 30년 만기 국채금리도 연 4.87%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채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과 각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국채 발행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가운데 미 빅테크가 AI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 고금리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주요국 국채 매입 수요를 잠식하는 것도 글로벌 국채금리 급등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는 국방부 발표 뒤, 외무부 입장을 통해 "이란과의 모든 무역, 상업 교류 및 금융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힌 상태다. 환율 1300원대로…수출기업 네고·美기준금리 동결 기대 증시 정규장이 마감한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97.70원 거래됐다.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해 10월 2일(1399.5원) 이후 열 달여 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0원 오른 1413.5원에 개장한 뒤 낮 12시 1분쯤 1399.90원으로 처음 14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어 등락을 거듭하다 낮 12시 19분쯤엔 1399.0원까지 떨어지더니, 오후 2~3시쯤엔 1380원대에서 움직이기도 했다. 환율 하락의 배경으론 연준 금리 인상 기대 후퇴에 따른 달러 약세와 한미 금리차 완화 전망이 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못미쳐 9월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된 반면, 한국은 높은 물가 수준과 양호한 성장 전망, 가계부채 급증세에 따라 당장 이번 달(27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 수출기업의 환전 증가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 따른 수급 개선도 원화 절상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실질유효환율수준모형(REER Level Model)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을 균형 레벨보다 9.8% 저평가됐다고 추정했을 만큼, 대외불균형이 조정되는 정상화 과정이란 해석도 있다. 신한투자증권 문서현·하건형 연구원은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견조한 경상흑자 속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조달자금의 국내 환류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채권자금 유입 등이 달러 공급 여건을 우호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외국인 주식 리밸런싱 매도 약화와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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