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서면 제청' 후폭풍…대법관은 누구 뜻대로 뽑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별도 만남 없이 대법관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하면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사이 긴장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법조계에서는 대면 제청이 법적 의무가 아닌 만큼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한편으론 헌법기관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동시에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비공개로 후보자를 조율해온 관례 자체도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면 제청은 '관례'…헌법엔 제청·동의·임명만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과 대통령실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추린 이후 누구를 최종 후보로 올릴지 물밑 조율을 이어왔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대통령과 별도로 만나지 않고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서면 제청했다. 과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직접 만나 제청한 것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아직까지 조 대법원장은 서면 제청을 둘러싼 논란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한찬식 민정수석과 협의해 서면 제청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 그리고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거나 제청할 후보자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과 상의하거나 사전에 협의하라는 내용은 없다"며 "대법원장은 제청권을 행사하고 대통령은 임명권을 행사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특히 헌법이 대법원장과 대통령에게 각각 제청권과 임명권을 나눠 부여한 취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데도 왜 대법원장에게 별도의 제청권을 뒀겠느냐"며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제청 없이 임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대통령 편도, 대통령 반대편도 아닌 제3자로서의 지위를 보존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작용해왔다"고 설명했다. 제청권·임명권 사이 '사전 조율'…완충장치인가 제약인가 다만 법적으로 가능한 제청이었다는 것과 헌법기관 간 관계에서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서면 제청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국가기관들은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적절하게 조정하는 틀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대법원이 후보자를 사전에 조율해온 것도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대법원 사이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율까지 작동하지 않을 경우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해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거나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임명 절차는 마무리될 수 없다. 반대로 정치권이 사전 합의를 사실상 제청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것 역시 대법원장의 권한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률사무소 정의 정지웅 변호사는 "관계 기관 사이의 협의가 이뤄질 수는 있지만, 그러한 협의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사실상 구속하거나 대통령과의 사전 합의를 제청의 전제조건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2028년부터 시작되는 대법관 증원과 맞물려, 향후 대법관 인선의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이번 사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대법관이 증원되더라도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새로 임명되는 대법관에게도 계속 적용된다"며 "이런 식의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대통령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대법원을 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례 깬 게 문제?…"그 관례, 국민은 몰랐다"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사전 조율' 관례 자체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을 제청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대법원이 어떤 후보를 놓고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는지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왔다. 한상희 교수는 "여태까지 관행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자기들끼리의 관행이지 국민들은 전혀 모르는 관행이었다"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을 패싱했는지를 따지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대법관 임명 과정을 어떻게 더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익명의 변호사 역시 "법에 없는 사전 협의를 당연한 절차처럼 여길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그 부분도 투명하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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