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혼자 실종사건 종결…걸러낼 '이중확인' 없어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경찰관의 석연찮은 사건 종결처리로 3개월 넘도록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는 장미란(37) 씨 실종사건. 해당 경찰관이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실종사건 종결 처리 과정에서 '이중 확인' 절차도 없는 등 경찰의 실종사건 초동수사 시스템에 허점이 노출됐다. '이중 확인' 없이 혼자서 임의로 종결 처리19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직무유기 혐의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 경장은 현재 3개월 넘도록 행방이 묘연한 장미란 씨 첫 실종신고가 이뤄진 올해 5월 15일 형사과 실종수사팀 소속으로 실종사건을 처리한 경찰관이다. 당시 야간 당직이던 A 경장은 경찰 내부 112신고 처리 시스템에 '실종자(장미란 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의 내용을 입력하고 실종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하지만 장 씨 가족이 지난달 19일 "장 씨가 여태 연락이 안 된다"며 재차 실종신고를 하면서 A 경장의 직무유기 의혹 사건이 드러났다. 경찰이 재차 실종자와의 통화기록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첫 실종신고 직후 A 경장이 실종자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자체적으로 A 경장에 대해서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A 경장이 실종사건을 처리할 때 혼자서 판단하고 종결 처리했다는 것이다. 현재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상 팀장·반장 등의 '이중 확인' 절차가 없다. 실종사건이 강력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고 직후부터 소재 파악과 위험도를 신속히 파악해야 하는데 실종수사 허점이 노출됐다. 특히 성인 여성 실종의 경우 경찰이 위험도를 매우 높게 판단하는 데도 A 경장이 112신고 처리 단계에서 종결 처리하며 위험도를 체크하는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도 입력하지 않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종사건은 초동수사가 매우 중요하다. 경찰 혼자서 판단하는 것보다는 함께 판단해서 신고 내용의 진위 등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게 안전하다. 혼자만의 판단으로는 착오가 있을 수 있어서 초동수사 적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실종신고가 워낙 많다 보니 담당 수사관이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종결 처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내부에서 문제점을 인지하고 실종자 해제할 경우 승인 절차를 내부 시스템에 도입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었다. 조속히 해당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개월째 행방 묘연…가족, 인상착의 공개장미란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쯤 제주시 한림읍 자택에서 홀로 나온 직후 현재까지도 실종된 상태다. 장씨는 10년 전 제주로 이주한 후 연인과 함께 한림읍 자택에서 지내왔다. 실종 당시 연인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장 씨가 말도 없이 사라졌다"며 사흘 뒤인 15일 실종 신고했다.
A 경장의 첫 실종신고 종결 처리 이후에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이 지난달 19일 재차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경찰 수사 결과 현재까지 장 씨의 자택 인근 CCTV영상에서 마지막으로 행적이 확인된 5월 12일 이후 휴대전화·카드 사용이나 병원진료 이력 등 확인된 생활반응은 없다. 현재 경찰은 가출과 강력범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장미란 씨 실종사건 전담 수사팀을 꾸려 장 씨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현재 경찰 인력 30여 명을 투입해 한림읍 해안가를 중심으로 수색하고 있다. 헬기와 선박을 이용한 해상 광범위 수색도 이뤄졌다.
A 경장의 직무유기 의혹 사건으로 3개월 넘도록 찾지 못하자 장 씨 가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체적으로 장 씨 사진과 인상착의 설명이 담긴 실종전단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도 뒤늦게나마 이날 '제주도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경보문자를 도민들에게 보냈다. 지난 5월 실종 당시 장미란 씨는 긴 생머리에 키가 158㎝(추정), 약 44㎏의 마른 체형에 금팔찌, 검정 후드 집업과 카키색 운동복 바지, 흰색 나이키 슬리퍼 등을 착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 씨 가족은 "현재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장 씨가 어디에 있든 무사하다는 것만 확인하고 싶다.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다. 실종 전단에 나온 비슷한 사람을 본 기억이나 머물렀을 가능성이 있는 장소 등 어떤 작은 정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애타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하고 있다. 한편 A 경장은 지난달 22일 제주서부경찰서 청사 여자 화장실에 침입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도 조사받고 있으며 현재 직위 해제돼 경무과로 대기 발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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