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에 첫 사랑 이야기 쓴 조정래 “천민자본주의가 막아도 사랑은 다시 피어나”
소설가 조정래(83)가 3년 만에 사랑을 주제로 한 신작 장편 <서리꽃>(해냄)으로 돌아왔다. 조정래가 사랑을 주제로 소설을 쓴 것은 등단 56년 만에 처음이다.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조정래는 “자본주의가 아무리 험악해도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사랑의 영원성에 대한 확신이 이 소설의 또 하나 주제”라고 말했다. 이번 소설이 장편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서리꽃>은 시와 그림을 매개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이 고난의 세월을 거쳐 완성되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대학 시절 이재이의 시에 매료된 윤소인은 이재이의 시를 기반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변용한 시화를 그리고, 두 사람은 예술적 교감과 함께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이재이가 사업가인 아버지의 요구로 미국 유학을 떠난 뒤 다시 돌아왔을 때, 윤소인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피폐해진 채 병이 들고 만다. 이재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윤소인을 다시 살게 하겠다고 결심한다.
197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조정래는 ‘대한민국 근현대 3부작’으로 불리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통해 해방 이후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분단의 역사 속에 놓인 민초의 삶을 그려냈다. 이 밖에도 장편 <정글만리> <천년의 질문> <황금종이> 등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뤄왔다.
그래서일까. ‘사랑과 연애를 다룬 소설은 왜 쓰지 않느냐’는 독자의 질문과 요청을 들은 일이 여럿 있었다. 사랑을 주제로 한 <서리꽃>은 작가 인생 말년, 그가 독자의 응답에 부응한 결과물인 셈이다.
조정래는 “슬픈 사랑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면서도 이 작품이 단순한 신파는 아니라고 했다. 소설은 천민자본주의의 무한한 탐욕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비인간적 행위로 사랑이 파괴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어떻게 사랑을 재창조할 수 있는가를 다룬다. 그는 “슬픈 사랑 이야기가 현실과 밀착된 사회적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주제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한 편의 시와 그림으로 시작된 사랑을 소설에 담기 위해 그는 고흐의 자취를 따라 프랑스 파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취재 여행을 다녀왔다. 팔순을 넘겨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오테를로의 크뢸러뮐러 미술관 등을 답사하고 수첩 4권에 메모와 그림을 남겼다. 이 같은 여정은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의 여행에 자세히 묘사된다.
작가는 성실한 취재와 함께 쉬지 않고 작품을 발표해왔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여유를 주겠다고 했다. 조정래는 지난해 9월 복부대동맥 수술을 받으며 죽음의 문턱을 넘겼다.
그는 <서리꽃>이 장편으로는 마지막 소설이 될 것 같다며 “스스로가 소설 앞에서 겸손해지고 싶고 제 몸에 대한 자유를 조금은 허락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100m 달리기 식으로 마치 투쟁하듯이 써왔기에 앞으로는 제 인생도 좀 쉬엄쉬엄하게 만들고 싶다. 앞으로는 단편의 세계를 다시 살려내 단편을 쓰고 수상록도 쓰고 싶다”면서도 마지막 소원은 “글을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라고 했다.
이 요약은 매체의 공개 피드에서 5News가 수집한 것입니다. 전체 맥락을 포함한 전체 기사는 www.khan.co.kr에 있습니다 — 콘텐츠 저작권은 Kyunghyang Shinmun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