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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종청소’ 이스라엘과 협력 끊어야”…프랑스·영국 전직 대사 102명 촉구

Hankyoreh ·
“‘인종청소’ 이스라엘과 협력 끊어야”…프랑스·영국 전직 대사 102명 촉구

프랑스와 영국의 전직 대사 102명이 22일(현지시각) 르몽드에 낸 공동 성명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앤디 버넘 영국 총리를 향해 이렇게 촉구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벌이고 있다며 프랑스·영국이 앞장서 이스라엘을 제재하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를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도 확인했다.

전직 대사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자행하는 폭력 행위를 강한 어조로 고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인 200만명이 황폐해진 영토의 30%에 몰려 살고 있으며, 굶주린 채 의약품과 주거지를 뺏긴 상태다. 2025년 10월 (하마스-이스라엘군) 휴전 이후에만 팔레스타인인 12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의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주택 파괴, 이스라엘 군·경의 묵인 아래 정착민들이 벌이는 광범위한 폭력은 ‘인종청소’에 해당한다”고 직격했다.

성명은 이스라엘의 이런 행동이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라고 규정했다. 전직 대사들은 “하마스는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도 “그 어떤 것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주민들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정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세계는 더 이상 이스라엘을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보지 않는다. 다른 이의 권리와 땅을 빼앗는 행위에 민주적인 점은 아무것도 없다”고 규탄했다.

성명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 “동등한 권리, 자결권, 정의와 안보”를 갖춘 국가로 인정받아야만 가자지구·서안에서의 폭력을 끝낼 수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와 영국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를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한 바 있다. 성명은 “11월 예정된 선거(팔레스타인 의회 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해야 하며, 대표성과 능력을 갖춘 팔레스타인 지도부와 함께 민주적 쇄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썼다. 다음 선거를 계기로 팔레스타인이 주권국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두 나라가 힘 보태라는 얘기다.

성명에는 이를 보장하기 위해 프랑스·영국이 주도해야 할 대이스라엘 제재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성명은 우선 “인권 원칙 위반을 들어 유럽연합(EU)-이스라엘 협정과 영국-이스라엘 무역·파트너십 협정을 중단하고, 이스라엘로의 무기 이전과 이스라엘로부터의 무기 이전 및 모든 양자 군사협력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유럽연합-이스라엘 협정은 양쪽 간 무역, 정치적 대화, 과학·기술·문화 협력에 대한 약속으로 지난 2000년 발효됐다. 프랑스·스페인·아일랜드 등의 주도로 이스라엘의 반인도적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이 협정을 중단하는 방안이 유럽연합에서 추진되고 있다.

성명은 이스라엘인들이 서안에 불법적으로 설치한 정착촌에 대해서도 “모든 교역, 즉 상품·투자·보험 및 모든 금융서비스를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최근 건설 사업자 등의 입찰을 공고한 이른바 ‘이1(E1)’ 지역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한 제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 계획대로 이 지역에 3400여채 규모 정착촌이 생기면 서안지구가 물리적으로 두 동강 나 팔레스타인이 독립국으로서 기능하기 어려워진다. 성명은 “E1 지역은 ‘레드라인’임을 경고하고, 사업에 참여하면 프랑스·영국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임을 알리라”고 했다.

이외에 △국제사법재판소·국제형사재판소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영장 등) 결정 집행 △가자지구에 대한 조건 없는 구호 접근 보장 △빼앗긴 팔레스타인 토지 상 부동산 구매의 범죄 규정 등이 제안됐다.

전직 대사들은 프랑스와 영국이 이런 조처를 주도할 ‘책임’이 있다고 못박았다. 1917년 아서 벨푸어 영국 외교장관의 선언 등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들만의 나라를 세울 길이 열린 점을 상기한 것이다. 성명은 “두 나라는 (오늘날) 중동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사이의 평등한 권리를 부정하는 현실 앞에서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유럽, 중동, 글로벌 사우스(신흥개발국), 프랑코포니(프랑스어권국가), 영연방에서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을 함께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에는 프랑스 전직 대사 52명, 영국 전직 대사 50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스라엘,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 대사를 지낸 이들과 두 나라 외무부의 중동국장 출신들이 대거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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