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30m 최고층 빌딩인데…초대형 지진 때도 가장 안전한 대피소
일본 대형 도시개발업체 ‘모리빌딩’ 쪽은 21일 도쿄 명물의 하나인 아자부다이힐스에 대해 “동일본대지진이나 (규모 7.3의) 한신·아와지 대지진 정도 지진이 발생해도 안심하고 업무를 이어갈 수 있는 내진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고층건물 3동으로 이뤄진 아자부다이힐스의 중심건물인 ‘모리 제이피(JP) 타워’는 지상 64층, 높이 330m에 이르는 일본 최고층 건물이다. 거주와 업무를 위해 일상적으로 머무는 이들만 2만3500여명, 쇼핑몰 등을 찾는 방문객이 한 해 3천만명에 이른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완벽한 내진 대비가 없으면 대형 인명 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다.
6400억엔(5조5800억원)을 쏟아부은 ‘특별할 수밖에 없는 빌딩’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내진 설계 기술은 놀라움을 자아낼 만했다. 이날 모리빌딩 쪽은 ‘안전·안심 도시 만들기’ 설명회에서 “건물 한 동에만 지진 흔들림을 제어하는 장치가 1800개 정도 설치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철제 버팀대가 지진 흔들림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지진 에너지를 흡수하는 ‘좌굴구속가새’ 1200여개가 대표적이다. 또 자동차의 충격 흡수장치(쇼크 업소버)와 비슷한 형태의 ‘오일 댐퍼’ 300여개가 건물 골조 곳곳에 설치돼 지진 충격으로 인한 건물 손상을 제어하고 있다. 건물을 버티는 강판 사이에 점성 물질을 넣어 건물 뼈대 사이의 연골 같은 구실을 하는 ‘점성체 제진벽’도 300여개가 설치됐다. 지진 발생 때, 직원들이 건물의 층별 흔들림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안전을 확보할 수도 있다. 모리빌딩 쪽은 “건물 내부에 센서를 설치해 건물의 (골조 자체) 흔들림이 어느 정도인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이 결과를 보고, 사람들에게 건물 내부로 대피해도 안전한지 등을 안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인원의 수용이 가능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초대형 랜드마크가 재난 상황에 가장 안전한 대피소 구실을 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건물은 지진 등으로 대중교통이 멈췄을 때, 발이 묶인 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귀가 곤란’ 시민 3600명의 대피소로 활용된다. 모리빌딩이 운영하는 롯폰기힐스(수용 인원 5000명), 도라노몬힐스(5200명) 등을 더하면 1만4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돌발적인 재난 상황에 대비해 이들 건물에 36만끼 분량의 비상식량을 비롯해 마스크, 여성용품, 기저귀 등이 마련돼 있다. 이날 모리빌딩 쪽은 귀가 곤란자용 하루 3끼, 3일분 비상식량을 보여줬다. 간단히 허기를 채울 수 있도록 비스킷과 통조림, 물을 부어 먹는 장기보존용 건조밥 등과 함께 식수는 1인 하루 3ℓ가 제공된다. 귀가 곤란자용 비상식량 구입에 필요한 비용은 도쿄도와 아자부다이힐스가 위치한 미나토구가 나눠서 전액 부담한다.
일본 사회가 법적 기준을 훌쩍 넘는 수준의 내진 설계에 힘을 쏟는 데는 지난 1995년 한신·아와지 지진이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강진이 발생하자 붕괴 우려 등으로 건물에서 달아나야 했던 것을 교훈 삼아 ‘도망쳐야 할 곳이 아니라 피난처로 삼을 수 있는 건물’을 짓도록 목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모리빌딩 쪽은 “‘피난할 수 있는 터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재난으로 인한) 귀가 곤란자에 대한 대응은 모리빌딩의 건물뿐 아니라 도심 대형 상업시설이나 행정기관으로 대피할 때도 3일은 버틸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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