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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이란, 잃을 게 없다”···미 ‘경제적 D데이’의 역설?

Kyunghyang Shinmun ·
“궁지 몰린 이란, 잃을 게 없다”···미 ‘경제적 D데이’의 역설?

미국이 이란의 경제적 고립을 위한 추가 제재에 나서면서 미·이란 간 ‘경제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의 주요 교역국까지 압박해 경제적 생명줄을 끊겠다는 구상이지만, 오히려 궁지에 몰린 이란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이 강화되면서 이란 지도부가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기보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유인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정책센터의 이란 전문가인 시나 투시는 “미국이 이란의 남은 생명줄을 끊으려 제3국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수록, 이란은 이 같은 조치에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더욱 강력히 보여주고 싶어 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실제로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경제 압박을 사실상 전쟁의 연장선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마지드 에븐 알레자 이란 국방장관 대행은 “국민의 생계와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압력은 전쟁의 일부”라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도 전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22일 이란 국영방송에서 “미국이 벌이는 경제 전쟁에 참여하는 어떤 국가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페르시아만 밖으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경제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이란 석유장관은 최근 미국의 해상 봉쇄로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원유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인정했다. 현지 경제지 돈야에에크테사드는 이날 이란 리알화 가치가 지난해 12월 이후 41%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물가와 실업률도 급등했다. 일부 의약품 가격은 최대 500%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에너지 기반시설이 손상된 데다 미국의 해상 봉쇄로 연료 수입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휘발유 부족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주유소마다 연료를 구하려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9년에도 휘발유 가격 인상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던 만큼 경제난이 다시 사회적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란 정부는 미국의 추가 제재를 견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알리 마다니자데 이란 경제장관은 이란 정부가 새로운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2년짜리 비밀 계획을 이미 마련했다며 “새로운 제재에 완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미국의 압박에 쉽게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으로, 다른 나라의 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2차 제재를 각국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간주하며 반대해왔다. 이란과 국경을 맞댄 터키와 이라크 역시 미국의 요구에 전면적으로 호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 전문가 엘리 게란마예는 미국이 이란 정권에 경제적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을 이미 상당 부분 소진했다며 “이란 정권을 실제로 크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경제 제재의 충격이 이란 정권보다 일반 국민에게 먼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재를 피하기 위한 비공식 금융망과 지하경제가 확대되면서 정권과 가까운 세력이 오히려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헤란의 경제학자 페이만 몰라비는 “제재는 이란 경제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런 환경은 권력과 연결된 이해관계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새로운 제재 대상에는 금과 디지털 자산도 포함됐다. 이는 통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에 대비해 이란 국민들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용해온 수단이기도 하다. 이란 경제 전문가 에스판디아르 바트망헬리지는 “이란 국민이 미국 제재의 부수적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전문가 모하마드 알리 샤바니는 미국이 경제 제재를 통해 이란 국민의 고통을 키워 정권에 등을 돌리게 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란 정부는 포기하고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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