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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심상찮은 농어촌 민심에…농지조사 ‘보완’ CPTPP 가입 ‘보류’

Hankyoreh ·
심상찮은 농어촌 민심에…농지조사 ‘보완’ CPTPP 가입 ‘보류’

정부가 8일 기존의 농지 전수조사 계획에서 한발 물러서고, 농림수산업 피해가 우려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연내 가입 신청을 보류하기로 한 것은 심상치 않은 농어촌 민심을 고려한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예민한 정책을 충분한 사전 협의와 준비 없이 추진하다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로, 정부의 갈등 조정 역량과 정책 추진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부의 농지조사 계획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2월 국무회의 지시로 시작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헌법에 경자유전 원칙이 있는데도 다양한 방식으로 위반되는 상황”이라며 “농지 관리 체계를 다시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5월 중순 기본 조사에 착수해 7월30일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중 27%(284만 필지)가 농지법 위반이 의심된다”는 기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현장에서는 농지법 위반에 따른 처분 대상 농지 범위에 대한 혼란과 땅값 하락에 대한 불안이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정부가 고령화로 관행적 임대차나 휴경이 불가피해진 농촌 현실은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투기를 잡겠다’는 목적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획일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반발도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농사를 짓다 고령으로 못 짓는 경우나, 상속을 받은 농지는 대상이 아니다”(지난달 24일, 엑스), “나이 들어 농사짓기 힘들어서 옆 사람에게 맡겨 놓고 이런 것을 단속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지난달 29일 국무회의) 등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반발이 잠재워지진 않았다.

결국 정부는 이날 직접 농사짓지 않는 상속 농지, 이웃이나 친척 등에게 빌려준 농지 등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 농지법상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겠다는 추가 대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현장의 농지 운용 방식이 얼마나 복잡다단한 상황인지에 대한 사전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투기를 잡겠단 의욕만 앞세워 조사 추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반발과 갈등에 대한 준비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가입을 연내 신청하지 않도록 시피티피피에 대한 정부 입장도 ‘갈지자’를 그린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1월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시피티피피 가입 가능성 모색”을 언급한 이후 별다른 시피티피피 관련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다가, 8월에 ‘가입 검토’ 방침을 내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통령 주재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가입 검토를 공식화한 것으로, 오는 11월 시피티피피 장관 회의에서의 한국 가입이 가시화되자 농림수산업 피해 우려가 커졌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시피티피피에 가입하면 국내 제조업 생산은 연평균 6조원대 증가하고, 농림수산업 분야는 연평균 8500억원 정도 생산이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이번에도 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엑스에 “대한민국은 무역에 의존하는 개방형 통상국가이기 때문에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에프티에이(FTA·자유무역협정)가 불가피하다”며 “피해를 본 농축수산, 임산인의 반발이 심하지만 전략안보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고 썼다.

하지만 농민들의 반발이 계속됐고, 결국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결론을 정해놓고 서두르지 말고, (이해관계자들과) 원점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해보자”고 했고, 이날 연내 가입 신청 보류를 지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무엇보다 정부와 농어민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라며 “농어민을 비롯한 국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 아래 충분히 소통하며, 시피티피피 가입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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