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비 낮춰도 못 좁힌 격차···암검진 불평등 ‘소득 영향’ 10년 새 2배
한국에서 암검진 비용 부담이 크게 낮아지고 전체 검진율도 높아졌지만,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사이의 검진 격차는 오히려 지난 10년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에서 암검진 비용 부담이 크게 낮아지고 전체 검진율도 높아졌지만,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사이의 검진 격차는 오히려 지난 10년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제학술지 ‘퍼블릭 헬스(Public Health)’에 게재된 가천대 안소윤·이성현·홍지형 연구진의 ‘한국 암검진 이용에서 지속되는 소득 관련 불평등’ 연구를 보면, 국내 40세 이상 성인의 최근 2년 내 암검진율은 2013년 63.7%에서 2018년 71.2%, 2023년 71.8%로 상승했다.
연구진은 국민건강영양조사의 2013년·2018년·2023년 자료를 활용해 각각 3600명, 4301명, 4100명의 암검진 이용 현황을 분석했다. 국가암검진뿐 아니라 민간에서 받은 검진까지 포함해 최근 2년간 한 차례 이상 암검진을 받은 경우를 검진 이용으로 분류했다.
전체 검진율은 높아졌지만 소득계층별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13년 소득 하위 20%의 암검진율은 58.4%로 상위 20%(70.4%)보다 12.0%포인트 낮았다. 10년 뒤인 2023년 하위 20%의 검진율은 60.5%로 2.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상위 20%는 79.4%로 9.0%포인트 상승했다. 두 집단의 격차는 18.9%포인트로 확대됐다.
소득에 따른 검진 이용 불평등을 보여주는 ‘에레이거스 집중지수(ECI)’도 악화됐다. 이 지수는 0보다 클수록 암검진 이용이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다는 뜻으로, 2013년 0.127에서 2018년 0.147, 2023년 0.149로 높아졌다. 나이와 성별, 주관적 건강상태, 만성질환 여부 등 의료적 필요의 차이를 보정한 수평적 불평등지수(HI)도 같은 기간 0.108에서 0.146으로 상승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건강상 필요의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고소득층 중심의 암검진 이용 불평등이 확대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암검진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가운데 소득의 영향력은 특히 커졌다. 연구진이 검진 격차를 소득·교육·민간보험·혼인상태·고용상태 등으로 나눠 각 요인이 전체 불평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분석한 결과, 소득의 기여도는 2013년 38.2%에서 2018년 48.6%, 2023년 71.4%로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교육수준의 기여도도 같은 기간 8.7%에서 16.4%로 높아졌다.
반면 민간의료보험의 기여도는 35.8%에서 24.9%로 낮아졌다. 연구진은 민간보험 가입률이 2013년 73.1%에서 2023년 83.9%로 높아지면서 소득계층별 가입 격차가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암검진의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이 같은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국은 국가암검진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재 의료급여 수급자와 건강보험 가입자 하위 50%에게 무료 검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반 검진의 본인부담률도 크게 낮춘 상태다. 그럼에도 암검진 불평등에서 소득이 차지하는 영향은 오히려 커졌다.
저소득층이 검진을 받기 위해 일을 쉬면서 감수해야 하는 소득 손실이나 유급휴가·유연근무 이용의 어려움 등 검진비 외의 ‘숨은 비용’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암이 발견된 뒤 발생할 치료비에 대한 우려도 저소득층의 검진 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연구진은 “검진 시점의 직접적인 비용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저소득층이 직면한 구조적·행태적 장벽을 극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치료 과정의 경제적 부담과 시간 제약, 교육 및 민간의료보험 격차까지 고려한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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