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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 추진’ 수도 한복판 시속 320㎞ 레이싱…신호등 여럿 없애

Hankyoreh ·
‘트럼프 추진’ 수도 한복판 시속 320㎞ 레이싱…신호등 여럿 없애

미국 수도 한복판에서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인디카 자동차 경주 대회가 열렸다. 이해충돌 논란에 문화재 훼손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반쪽짜리 축제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프리덤 250 그랑프리’가 이날 워싱턴 중심가 내셔널몰 일대에서 개막했다. 레이서들은 이날 하루 동안 연습 주행을 했고, 본경기는 다음날 오후 열린다. 시속 320㎞로 달리는 25대의 인디카가 링컨 기념관 앞 리플렉팅풀(반사연못)에서 출발해,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대로와 국립미술관, 국립문서기록관리청, 국립항공우주박물관 등 2.7㎞ 코스를 모두 147바퀴를 돌 예정이다. 주행거리는 400㎞(250마일)에 이른다.

이번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행정명령으로 지원을 지시하며 추진됐다. 인디카 경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건국 250주년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 백악관 종합격투기(UFC), 내셔널몰 불꽃놀이 행사 등 일련의 행사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본 경기 전 전용 리무진을 타고 ‘명예 주행’에 나설 예정이며,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체크무늬 깃발을 흔들 계획이다.

도로 정비와 안전 펜스 설치를 위해 투입된 약 3500만달러(약 480억원)의 행사 비용은 인디카 쪽이 부담한다. 14만장의 무료 입장권은 모두 동이 났다. 호화 실내 관람석에서 식음료가 제공되는 5500달러(약 760만원) 짜리 챔피언스 클럽 티켓도 모두 팔렸다.

이날 주행을 위해 워싱턴 중심가는 대대적인 준비를 거쳤다. 도로를 평탄하게 만들기 위해 맨홀 뚜껑 220개를 용접하고, 높이가 낮은 50개는 에폭시로 메워 차량 바퀴에 날아가지 않도록 조처했다. 신호등도 여러 대 없앴다. 미군 군용기의 기념 비행이 예정돼 있고 경기 전 3시간 동안 로널드 레이건 공항 운영이 중단된다. 학교 한 곳은 원격 수업으로 전환한다. 비밀경호국·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함께 워싱턴 경찰 전원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이 대회에 보잉·스페이스 엑스(X)·셸·아마존 등 수십 개 대기업이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이해 충돌 비판도 제기됐다.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민주당)은 성명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규제하는 바로 그 기업들로부터 인디카 기부금을 받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일하는 미국인들을 괴롭히는 높은 비용을 낮추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기업 임원들을 특별 스위트룸으로 초대해 함께 경주를 관람할 예정이고, 기업들은 제각각 전용 스위트룸을 열어 정부 고위 관계자와 국회의원들과 교류한다.

문화유산 훼손 우려도 크다. 국립미술관은 소장품들에 합판 구조물을 세워 보강 조처를 했다. 국립미술관은 자동차 진동이 소장품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공황 시기 문화유산 보존 시민단체 ‘리빙 뉴딜’은 경주로에 위치한 코헨 연방 건물 내부에 있는 대공황·뉴딜 시기를 다룬 벽화가 진동으로 인해 훼손될 우려를 제기했다. 리빙 뉴딜은 “역사 유적지와 희귀 소장품이 밀집한 상징적인 지역에서 치러지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서둘러서는 안 됐다”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불편도 적지 않다. 경기장 인근이 보안 구역과 교통 통제 구역으로 지정됐다. 볼티모어에서 워싱턴까지 출퇴근하는 제이슨 커민스는 한 시간 걸리는 출근길이 두 시간으로 늘어났다며 “이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하이오주에서 온 자동차 차체 수리점 주인 네바 후버(58)는 “정말 환상적일 것이다. 그 광경과 소음과 냄새까지 이 모든 것이 다 멋질 것”이라고 아에프페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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