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지 못한 천체…같은 하늘을 다시 본 이유
불사조의 둥지에서 찾은, 별로 부화하지 못한 가장 작은 알페르세우스자리 방향으로 약 1천 광년, 우주 기준으로는 꽤 가까운 곳에 IC 348이라는 별의 요람이 있습니다. 차가운 분자 수소 구름이 제 무게에 눌려 무너져 내리며 새 별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지난달 15일 나란히 공개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새 이미지 속에서 이곳의 빛나는 먼지 구름은 불사조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의 핵심은 풍경보다 그 안에서 찾아낸 것에 있습니다. 연구진이 웹을 겨눈 목적은 별의 요람에서 가장 작은 별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별은 얼마나 작게 태어날 수 있을까요.
NASA에 따르면 가장 작은 별도 태양 질량의 약 8%는 돼야 중심에서 수소 핵융합을 일으켜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됩니다.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천체는 별과 같은 방식으로 태어나지만 끝내 별이 되지 못한 갈색왜성으로 남습니다. 별처럼 태어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천체, 가장 작은 갈색왜성을 찾아 온 연구진은 2022년 웹 관측에서 목성 질량의 3~4배에 불과한 갈색왜성들을 이곳에서 찾아낸 바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팀은 더 작은 천체를 찾기 위해 2024년 근적외선카메라(NIRCam)로 이 일대를 다시 관측했습니다. 이후 천체의 색과 밝기로 후보를 추린 뒤 2025년 근적외선분광기(NIRSpec)로 질량을 측정했습니다. 같은 대상을 더 깊게 다시 판 2차 탐사였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목성 질량의 딱 2배, 태양 질량의 0.19%에 불과한 갈색왜성들이 확인됐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가벼운 갈색왜성이자 이론이 예측한 하한보다도 작은 수치라고 NASA는 설명했습니다. 별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작은 천체까지 빚어낼 수 있는지, 그 하한선이 다시 내려간 겁니다. 덤으로 딸려 온 발견도 둘 있습니다. 가장 가벼운 축에 드는 한 갈색왜성에서 원반의 징후가 포착돼, 주위에서 작은 행성들이 만들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최경량 갈색왜성들에서만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탄화수소 신호도 발견돼, 연구진은 이들이 기존 분류에 없는 새로운 분광 유형일 수 있다는 제안을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 논문에 실었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발견 외에도 이미지의 구석구석에도 볼만 한 것들이 많습니다.
NASA는 이미지에서 눈여겨볼 지점 여섯 곳에 번호를 매기고 각 부분을 확대한 패널을 전체 사진과 함께 묶은 콜라주를 공개했습니다.
NASA 설명에 따르면 앞쪽 세 패널은 별이 태어나는 현장입니다.
1번에서는 먼지 구름에 깊이 파묻힌 두 별이 짧은 파장의 적외선을 먼지에 빼앗긴 채 긴 파장에서만 주황빛으로 드러나고, 2번의 중심 성단에서는 별들의 바람이 가스를 커다란 고리 모양 장막으로 빚고 그 가스가 별빛을 되비치는 반사성운이 펼쳐집니다.
3번 변두리의 두 별 곁에 보이는 가늘고 붉은 호는 별에서 빠르게 뿜어져 나온 물질이 만든 뜨거운 충격파입니다.
4번은 위쪽 구석의 허빅-아로 천체 밀집 지역으로, 갓 태어난 별이 뿜은 제트가 주변 구름을 들이받으며 길게 빛나는 분출이 빼곡합니다. 나란한 두 줄기 분출을 가진 HH 797과 프로펠러 모양의 HH 211이 그 대표 선수이고, NASA는 이 작은 구역에서만 이미 세 천체가 단독 사진의 주인공이 됐을 만큼 별 형성이 왕성한 곳이라고 설명합니다. 마지막 두 패널은 별의 요람 너머를 보여 줍니다.
5번의 고리를 두른 행성처럼 보이는 작은 점은 사실 은하 두 개로, 가까운 파란 은하의 중력이 바로 뒤에 겹친 먼 주황색 은하의 빛을 휘어 확대한 중력렌즈입니다.
6번의 나선은하들은 약 1천 광년 거리의 IC 348과 달리 수백만 광년 밖에 있고, 그 뒤에 점처럼 찍힌 더 작은 은하들은 멀게는 수십억 광년 밖에 있어서, 사진 한 장에 가까운 별의 요람과 아득히 먼 은하들이 함께 담긴 셈입니다.
20만 바퀴째 되던 날, 허블은 '허블 상수'를 재고 있었다에리다누스자리 방향으로 약 50억 광년(웹 측 공개 자료 기준) 떨어진 곳에 MACS J0417.5-1154라는 거대 은하단이 있습니다.
2024년 9월 웹이 이곳에서 물음표 모양으로 휘어진 은하를 관측해 '우주 물음표'로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은하단입니다. 은하가 그렇게 휘어 보인 까닭은 은하단의 엄청난 중력이 뒤쪽에서 오는 빛을 구부려 놓기 때문이고, 이런 천체를 중력렌즈라고 부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구 궤도 20만 바퀴를 채운 날 관측하고 있던 대상이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NASA의 지난달 23일 발표에 따르면 시기는 9월 19일이었고, 허블은 36년 동안 약 80억㎞를 날며 170만 회가 넘는 관측을 쌓은 끝에 이 기록에 닿았습니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기념일에 관측하던 과제가 공교롭게도 허블 자신의 이름이 붙은 '허블 상수', 곧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하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였습니다. 은하단 하나를 보고 우주의 팽창 속도를 어떻게 잴 수 있을까요. 열쇠는 이 은하단 너머에서 터진 초신성입니다. 중력렌즈가 초신성의 빛을 여러 갈래 길로 휘어 보내고 길마다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폭발이 몇 달 또는 몇 년 간격을 두고 여러 번 보인다고 NASA는 설명합니다. 하늘이 보여주는 재방송인 셈입니다. 이번 재방송의 주인공은 웹이 2025년 발견한 초신성 '아테나'입니다.
NASA는 아테나가 발표 시점부터 2027년 3월 초 사이에 다시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고, 허블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같은 하늘을 되풀이해 찍으며 기다리는 중입니다. 다시 나타나는 때를 정확히 재면 렌즈 역할을 한 은하단의 질량이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허블 상수도 더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다는 것이 NASA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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