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새로 생긴 220m 구덩이…‘130년에 한 번꼴’ 충돌이었다
2025년 10월24일, 미국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연구원 로버트 와그너는 평소처럼 달 지도를 훑고 있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달정찰궤도선(LRO)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영상처리 전문가인 그가 이날 할 일은 데이터 품질 점검이었다. 그는 작업 도중 한 곳에서 시선을 멈췄다. 유난히 큰 밝은 점, 그리고 그 둘레를 두른 검은 후광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 표면 물질이 크게 흐트러졌다는 걸 뜻한다. 와그너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점의 정체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나사 달정찰궤도선 데이터 연구진이 달 표면에서 지름 222m에 이르는 대형 신생 충돌구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두 편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충돌구가 지금까지 태양계에서 발견한 신생 충돌구 가운데 가장 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24년 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충돌구에 ‘맥게친’(McGetch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의 주인공은 휴스턴 달행성연구소 소장이었던 미국의 저명한 행성 지질학자 토머스 맥게친(1936∼1979)이다.
맥게친 충돌구는 적도 인근 달 앞면 동쪽 가장자리 쪽에 있다. 대형 충돌 분지인 크리시움 분지의 바깥 고리 안쪽이다. 지름은 222m로 축구장 2개를 이어 놓은 것과 비슷하고, 깊이는 최대 43m다. 이전까지 달에서 발견된 가장 큰 신생 충돌구는 10년 전에 발견한 것으로, 지름이 70m 남짓이었다.
충돌 흔적은 충돌구 반지름의 1000배에 이르는 최대 100km 거리에서도 나타났다. 빛 반사율(표면이 빛을 되쏘는 정도)이 1% 안팎 미세하게 달라진 구역이 충돌구에서 15㎞까지는 밝게, 그 너머로는 어둡게 이어졌다
연구진은 규모와 형태로 보아 2024년 4~5월에 3~6층 건물 크기의 소행성이나 혜성이 시속 수만km의 속도로 달 표면에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 정도 규모의 충돌은 132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달정찰궤도선의 광각카메라는 2010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달 전체를 약 100m의 해상도로 찍고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시기의 같은 장소 사진을 비교하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이상 징후를 포착한 뒤 협각 카메라로 3m 해상도의 입체 지형도를 만들고, 충돌 전 지형은 일본 가구야 탐사선 지형카메라 자료와 비교했다.
달은 지구와 달리 대기가 없어 충돌체가 마찰에 의한 속도 저하나 질량 손실 없이 그대로 달 표면에 꽂혀 버린다. 충돌 이후에도 비바람이나 액체 상태의 물, 지각 변동 등에 의한 풍화 작용이 없어 또 다른 충돌 사건이 없는 한 충돌 흔적이 오랜 기간 원형 그대로 보존될 수 있다. 달의 이러한 특징 덕분에 과학자들은 태양계 초기 역사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소행성 충돌의 기록을 달 표면을 통해 온전히 연구할 수 있다.
나사에 따르면, 달정찰궤도선이 지난 17년간 달을 궤도 선회하며 식별한 새 충돌구는 1000개를 웃돈다. 분출물 흔적 등 작은 표면 변화까지 합치면 10만건이 넘는다. 카메라가 포착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구덩이는 지름 9m다. 나사는 “이번 발견은 달이 여전히 역동적이고 잠재적 위험이 도사린 천체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충돌구 지역의 야간 온도를 측정한 결과, 충돌구를 중심으로 반지름 6.4km에 이르는 영역이 주변보다 약 9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강력한 충돌 에너지가 달 토양을 잘게 부숴 입자들이 성글어지면서 열을 보존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냉점은 새로 확인된 지름 30m 이상 충돌구에서 모두 나타나는 흔한 현상이었다.
이는 향후 달 유인 탐사나 기지 건설 계획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달에 투입될 유인 탐사차의 주행 안전성이나 기지 기초 공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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