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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독립영웅을 부른 밤…오라토리오 '무명의 초상화전'

Yonhap News Agency ·
여성 독립영웅을 부른 밤…오라토리오 '무명의 초상화전'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원수는 교활하여 온갖 모략으로 너의 자유를 삼키려 하네. 저 거짓말에 속지 마라, 간절히 붙들고서 승리하라."

고요한 현악기 연주 가운데 소프라노가 애국지사 오광심의 글을 따온 레치타티보(오페라나 종교극 따위에서 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를 노래했다.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심포니송의 광복 81주년 콘서트에서는 오광심 지사 등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에서 영감을 얻은 '무명(無名)의 초상화전'이 초연됐다.

작곡가 박희정이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 화백 작품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전시를 모티프로 만든 현대 오라토리오(서사가 있는 대규모 종교악극)다.

작품은 소프라노 독창과 대규모 오케스트라, 합창단 연주를 통해 오광심·이병희·김명시 등 애국지사들의 이야기를 선율로 되살려냈다.

연주는 무대 오른편 스크린에 각 악장의 모티프가 된 초상을 띄워 청중에게 보여주며 진행됐다. 으스스한 밤의 긴장감을 묘사하는 첼로 연주로 막을 연 작품은 7악장에 걸쳐 여성 독립영웅들의 삶을 되짚었다.

1악장 서곡에서는 탐탐과 팀파니가 둥둥거리며 치열한 전투를 암시했다. 2악장은 오광심 지사가 여성 동지들에게 간곡히 독립운동 참여를 호소하는 글을 차용한 독창, 3악장은 서대문형무소의 운동가들을 기리는 오케스트라의 진혼곡으로 구성됐다. 3악장에서는 베이스 드럼이 '따 따 따 따따…'하는 소리를 내며 형무소에서 독립운동가들이 벽을 쳐서 주고받던 신호를 재현한 점이 돋보였다.

힙합 풍의 비트가 깔리는 가운데 합창단은 속삭이듯 "독립 얘기는 진부하다"며 "새로운 시민이 된 모습은 멋지다"라고 일본 황국 신민이 될 것을 권유했다.

"그까짓 정체성, 그런 과거가 뭐 대단하냐. 우리와 함께하는 영예로운 삶이 먼저"라는 선동의 합창이 이어지자 이에 맞서는 조선인들의 저항의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합창단은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봐"라는 가사로 회유에 속으면 안 된다고 호소하며 "일어나 대한민국을 외쳐라"고 힘주어 격려했다.

이어진 5악장에서는 웅장한 호른과 목관악기가 전쟁의 나팔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백마 탄 장군'이라는 별명을 가진 독립운동가 김명시 장군의 초상을 선율로 그려냈다.

무겁고 웅장했던 전 악장과 달리 새소리 같은 플루트가 돋보이는 목가적인 분위기가 펼쳐지며 소프라노는 "푸르른 동산 가득히, 종달새 자유로이 날아…온 땅은 기쁨의 노래 부르네"라고 열창했다. 동풍신 열사가 그린 광복 후의 아름다운 조국이다.

작품은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조신성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했던 김마리아,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비밀결사대 송죽회 회원이었던 권기옥을 테마로 한 힘찬 합창의 7악장으로 막을 내렸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08/23 13:21 송고 2026년08월23일 13시2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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