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기원은 중국” “그리스·로마는 조작”…중 SNS ‘황당 역사론’ 횡행
중국에서 서구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 문명의 우수성을 조작하는 극단적인 사이비 역사론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애국주의와 중화민족의 문화적 자신감을 강조해 왔지만, 과잉된 경향이 감지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공산당 입장을 대변하는 이론지 ‘치우스’는 이달 초 펴낸 잡지에서 ‘사이비 역사론의 역사 허무주의적 본질을 똑똑히 인식하자’는 글을 실었다. 자국은 물론 서양의 공식 역사를 부정하는 극단적인 사이비 역사들을 거론하며 그 폐해를 지적하는 내용이다.
지난 4~5월 소셜미디어 등에서 “당나라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당나라 부존재론’이 확산하며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북방 민족 계열이 세운 당나라는 애초 없었고, 그 시기 송나라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서방위사론’(西方伪史论)도 확산 중이다. 서양인들이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을 후대에 조작했고, 미적분이나 증기기관을 비롯한 서구의 주요 과학기술과 산업혁명 역시 중국 문명을 베낀 결과라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실제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한다. 치우스는 “‘영락대전’이 서양 근대문명을 탄생시켰다”는 주장 역시 사이비 역사론에서 비롯했다고 봤다. ‘영락대전’은 15세기 초 명나라 영락제 때 중국의 경전·역사·과학기술 등과 관련한 방대한 문헌자료를 집대성한 백과사전 성격이 문헌이다.
이런 주장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짧은 동영상과 알고리즘 추천을 타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 치우스는 이를 “역사 허무주의의 반지성주의적 변종”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이비 역사론을 퍼트리는 콘텐츠들이 “충격적인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파편화된 정보를 앞뒤 맥락에서 떼어내 ‘증거’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국이 민감하게 주시하는 것은 이런 흐름이 중국의 공식 역사관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는 황실 혈통을 이유로 “원나라와 청나라는 중국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와 연결된 ‘1644 사관’은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가 세워진 1644년을 중국 문명의 단절점으로 보고, 이후 역사를 외래 세력인 청나라 지배 시기로 본다. 이는 한족과 소수민족의 역사를 하나의 역사로 보고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려는 중국공산당의 공식 역사관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중국 당국은 이런 사이비 역사관에 기반한 주장을 퍼뜨린 1인 미디어 계정들을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인민일보 누리집과 저장성 당위원회 선전부 소셜미디어 계정 등 여러 중국 관영매체가 사이비 역사학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내용은 짧은 문장이나 영상으로 만들어져 온라인 공간에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경계도 촉구했다. 치우스는 인공지능이 만든 대량의 가짜 사료가 인터넷과 학습 데이터에 섞이면 “알고리즘이 편견을 확대하고, 편견이 인식을 고착하고, 다시 인식이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콘텐츠 플랫폼의 알고리즘 추천에 ‘주류 가치’를 반영하고, 장기간 사이비 역사론을 퍼뜨리는 계정은 법과 규정에 따라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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