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왜 그렇게 떠?”…요즘 Z세대 ‘셀카 표정 공식’, 이런 의미였네 [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사진 속 표정에도 시대의 규범이 드러난다. 한때는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포즈였다. 손가락으로 브이(V)를 만들거나 작은 하트를 표현하는 것도 유행이었다. 무표정하거나 웃지 않으면 이런 질문이 따라왔다. “화났어?” “기분 안 좋아?”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의 셀카를 보면 정반대의 공식이 눈에 띈다. 눈에는 힘을 빼고, 초점은 살짝 먼 곳에 둔다. 입술은 살짝 내민다. 웃지도 않고 그렇다고 대놓고 화난 얼굴도 아니다. 어딘가 심드렁하고, 귀찮아 보이고, 세상일에 크게 관심 없어 보이는 표정.
최근 미국에서는 이 표정을 ‘젠지 파우트(Gen Z pout)’라 부르기 시작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 표정을 새로운 셀카 유행으로 소개하면서, 과연 이것이 실제 세대적 유행인지 아니면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마이크로 트렌드(microtrend·짧은 기간 빠르게 확산하는 유행)’인지 들여다봤다.
‘파우트(pout)’는 불만이 있거나 삐친 듯 입술을 내미는 표정을 뜻한다. 그러나 젠지 파우트의 특징은 입술 모양 하나에 있지 않다. 사진을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사진 속에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NYT는 이 표정을 잘 보여주는 젊은 배우로 릴리 로즈 뎁, 레이철 세노트, 아리아나 그린블랫 등을 꼽았다. 이들의 사진에서는 활짝 웃는 표정보다 힘을 뺀 눈빛과 도톰하게 강조된 입술, 무심한 표정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다만 젠지 파우트는 최근 Z세대에서 자주 보이는 ‘멍한 표정’과는 다르다. ‘젠지 스테어(Gen Z stare·Z세대의 무표정한 응시)는 지난해 미국 카페나 매장 등에서 손님이 말을 걸었을 때 대답하지 않고 상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행동을 두고 나온 표현이다.
질문을 받았는데도 한동안 아무런 표정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 때문에 윗세대에서는 “무례하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일부 Z세대는 상대의 말을 듣고 있거나, 황당한 요구를 받았을 때 적절한 답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매체는 젠지 파우트가 Z세대의 멍한 표정인 젠지 스테어와는 다르다고 짚었다. 젠지 스테어가 일상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반응이라면, 젠지 파우트는 카메라 앞에서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표정에 가깝다. 하나는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사진을 찍을 때 선택하는 포즈인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젠지 파우트를 과거 유행했던 ‘덕 페이스(입술을 오리처럼 내미는 표정)’와 비교했다.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유행한 덕 페이스가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입술을 과장해 보이는 포즈였다면, 젠지 파우트는 오히려 사진을 위해 준비했다는 느낌을 줄이는 데 가깝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밀레니얼 크린지(밀레니얼 세대 특유의 촌스럽고 민망한 행동을 조롱하는 표현)’에 대한 일종의 방어막으로 해석했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나면 오히려 촌스럽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무심하고 시큰둥한 표정을 택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젠지 파우트는 단순히 입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세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변화다. 웃는 표정 대신 무심한 표정,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 대신 살짝 풀린 눈빛을 선택하는 것도 일종의 자기 연출인 셈이다.
사진 문화 자체가 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과거에는 사진을 찍는 일이 특별한 순간이었다. 카메라가 등장하면 자세를 고치고 웃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사진관에서 “하나, 둘, 셋”을 세면 일제히 미소를 짓는 것이 당연했고,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을 때면 누구나 가장 잘 나온 표정을 준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는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과 영상이 만들어진다. 셀카를 찍는 행위 자체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사진을 잘 나오게 하기 위해 표정과 자세를 의도적으로 꾸미는 것보다, 마치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세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디지털 문화 전문가인 미국 뉴저지주 세턴홀대의 제스 라우크버그 조교수도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 사용하는 기술과 플랫폼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의 셀카에서는 표정과 각도를 세심하게 조정하면서도 그런 연출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라우크버그는 “여전히 사진을 고르고 연출하는 과정은 있지만, 그 과정이 덜 인위적으로 보이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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