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임금협상…노사관계 새 이정표 되나?
SK하이닉스 노사의 2026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두고 다음주 초 전직원 전자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진다. 이 투표에서 잠정안이 통과돼 확정되면 이대로 시행된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을 보면 상당히 눈에 띄는 점이 몇가지 있다. 지금까지 대기업 노사협상에서는 보기 쉽지 않았던 모습이 나왔다. 이 장면이 대한민국 노사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성과급의 40%만 그해에 현금으로 주고 40%는 역시 같은 해에 주식으로 준다. 또 나머지 20% 가운데 절반은 그 다음해에, 또 10%는 2년뒤 역시 주식으로 주도록 했다. 첫해 지급하는 주식에 이연해서 나가는 주식을 합하면 성과급의 60%가 주식으로 지급된다. 이런 성과급 배분방법은 전체 성과급의 80%를 합의가 이뤄진 그해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 가운데 절반은 다음해에, 또 절반은 그 다음해에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현금으로 받던 것을 주식으로 받기로 함으로써 노조로서는 크게 양보한 것으로 높이 평가해야 한다. 이런 합의에 따라 회사로서는 현금지급 부담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에 R&D 등에 활용할 자금여력이 생기고 또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나눔으로써 주주와 임직원의 일체감을 더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번 합의에서 사실 더 크게 눈에 띄는 것은 회사에 경영적자 등 위기가 발생했을때의 합리적 해법을 마련한 점으로 본다. 합의안에 따르면 적자가 발생하면 임금의 최대 3%까지 이연지급 하도록 명문화 했다고 한다. 보통 업황이 나빠져 적자상황이 되면 회사는 인력을 감축하거나 임금을 동결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노조는 총파업으로 위협하며 맞서는 파탄적 구조가 되기 쉬웠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을 보면 회사는 감원을 시도하는 대신 고용안정을 제공하고 대신 노조는 회사의 경영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임금의 수령을 일부 미뤄주는 양보를 확실하게 만들었다. 이는 지난 2024년 반도체의 업황침체때 임단협 타결후 지급하는 상승분의 지급시기를 이연한 적이 있던 전례를 더욱 제도화 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임단협 합의전에도 2% 정도를 미리 올려 지급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그 차액 만큼 지급하는 관행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2024년에는 업황이 나빠 회사의 자금사정이 얼어붙자 차액 지급 시기를 그 다음해로 넘겼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SK 노사상생의 문화를 이번에는 아예 제도로 만들었다는데 이번 합의안이 가지는 중요성이 있다고 본다. 이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포스코 등 이른바 N% 성과급을 두고 노사협상이 진행될 기업들도 참고할 부분이라고 본다. 특히 주가가 오르면 오르는대로 수익을 챙길 수 있지만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주주들의 볼멘소리도 잠재울 수 있는 효과 까지 거둘 수 있다. 미증유의 반도체 호황속에 수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은 '그러면 회사가 적자를 볼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문을 가져왔었는데 이번 합의안은 이런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조금은 덜어 낼 수도 있다. 지금이야 매 분기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는 효자가 됐지만 국책은행 등을 통해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던 'SK하이닉스'가 아닌 '그냥 하이닉스' 시절을 기억하는 국민들에게는 경영위기시 임금 3% 이연지급 합의는 그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 지금의 SK하이닉스는 올해 일한 임직원만이 아니라 어려운 시절을 견뎌온 선배 임직원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국책은행의 공적자금이 만들어 온 측면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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